최근 종영된 Mnet '프로듀스 101'처럼 '핫'한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라 여겨지는 '슈퍼스타K' 전성기 때를 보는 듯 하다. 뜨거운 관심 속 시청률은 매회 상승 곡선을 그렸고, 이에 따라 불거지는 논란에 홍역을 앓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화제성으로 연결이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국민들이 프로듀서가 되어 11명의 걸그룹을 만든다는 포맷의 이 프로그램은 '국민 프로듀서'들의 열렬한 지지 아래 새로운 걸그룹 'I.O.I'(아이오아이)를 만들어냈다. 멤버 11인은 우승을 차지한 JYP의 전소미를 비롯해 김세정, 최유정, 김청하, 김소혜, 주결경, 정채연, 김도연, 강미나, 임나영, 유연정으로, 이제 이들은 연습생이 아닌 걸그룹으로 데뷔를 하며 오랜 꿈을 이루게 됐다.
우려와 기대 속에 첫 발을 디뎠던 '프로듀스 101'의 초반 시청률은 1% 중반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하지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4회부터는 쭉 3% 중반대를 유지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최종 데뷔 멤버가 결정되던 마지막회는 무려 4.3%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금요일 오후 11시가 넘어 시작돼 거의 새벽 1시 가까이 끝나는 케이블 방송임을 고려할 때 시청률 4%는 상당히 놀라운 수치임에 틀림없다. 화제성 역시 단연 1등이다.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라는 말처럼 개개인이 프로듀서가 되어 특정 연습생을 지지하고 응원했기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 걸그룹 데뷔를 결정 짓고 난 뒤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이들의 향후 활동 계획들이 화두에 오르며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분명 방송 당시에는 무허가 소속사 논란부터 투표와 관련된 공정성 논란, 김소혜 편애 논란, 허찬미 악마의 편집 논란 등 각종 논란들이 터져나왔었다. 그럼에도 '프로듀스 101'은 보란듯이 성공을 했다. 이렇게 흥행력을 입증했으니 지금까지 오디션, 쿡방 열풍 등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쌓여가는 중이다. 소위 말해 '대박'을 낼 수 있는 콘텐츠임이 분명한데 '지상파 방송국에서 가만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대중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KBS, MBC, SBS 모두 '프로듀스 101'과 같은 걸그룹 만들기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이유로 고개를 내저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케이블에서만 가능한 포맷이라고 할 수 있다. KBS는 공영 방송인 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첫 번째는 우승한 오디션 출연자를 활용할 방법이 없고, 두 번째는 선정성 혹은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MBC나 SBS도 마찬가지다. MBC 측은 "지상파 방송사가 매니지먼트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문제의 소지가 많기에 제작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SBS 측 역시 "아이돌들의 무한 경쟁을 통해 속살을 보여주는 방송인데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수용이 될 것인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지상파에서는 조금 더 책임 의식을 가지고 진지하게 정당성을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무척이나 조심스러워 했다. 물론 포맷을 어느 정도 수정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지상파 3사 모두 제작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바, 지상파에서는 '프로듀스 101'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건 꽤 어려울 듯 보인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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