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KBS와 SBS의 대작 드라마 맞편성에 밀려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참패다. 지난해 방송된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이후 월화극 및 수목극 모두 내세울만한 작품 없이 평타 이하의 낮은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과연 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밝은 빛을 볼 수 있을까.
현재 방송중인 월화극 ‘몬스터’는 7.3%(닐슨코리아 제공·전국 기준 이하 동일)를, 수목극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5%대를 밑돌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기와 연기가 보장된 배우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싸움에 휘말려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태국에서 해외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해 방송 전부터 기대를 끌어모았다.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제작된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저조한 시청률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진욱 김강우 문채원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은 복수극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사전 제작된 KBS ‘태양의 후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편성 싸움에 희생물이 됐다고 평가하나 연이은 복수극에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주나 늦게 시작한 핸디캡이 있지만, 같은 날 시작했어도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8일엔 지상파 3사가 한 날 한 시에 월화극 경쟁에 돌입했는데, MBC가 3위에 머무르게 됐다. 1위는 SBS ‘대박’, 2위는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순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기황후’ ‘돈의 화신’ ‘자이언트’ 등 굵직한 작품을 남긴 장영철 작가의 필력을 기대해볼 수밖에 없을 터다.
월화수목극 모두가 권력층에 당한 한 남자의 복수와 그런 그를 옆에서 지킨 여인과의 사랑을 다루니 전작 ‘화려한 유혹’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기획이라는 평이다. 또 시청자들이 관심에서 비껴나간 소재라는 의견이 많다. 경쟁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재의 신선성이 떨어졌다는 점도 지적된다.
사실 한국 드라마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많은 제작비와 스태프, 시간을 투자한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어야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아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물론 높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막장 소재와 단순한 전개가 지속된다면 우리 드라마의 질적 퇴보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을까./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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