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대단한 카리스마다. 눈빛, 목소리 하나에 살 떨리는 긴장감이 형성된다. 신하들 앞에서 장옥정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숙종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최민수가 만들어낸 숙종은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장면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최민수는 SBS 새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에서 야욕과 비정의 임금인 숙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조선의 왕으로써, 한 여인 복순(윤진서 분)의 운명을 바꾸고 그로 인해 대길(장근석 분)과 연잉군(여진구 분)의 운명에까지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그간 숙종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희빈 장옥정의 치마폭에 휘둘리는 인물로 그려져왔다. 물론 이는 역사적 기록과는 많이 달랐다. 사실 숙종은 어린 시절 수렴청정 대신 친정을 선포했으며, 당파싸움이 치열하던 당대에 거물 송시열을 제거해 버린 불도저 같은 정치인이었다. 조선 왕조에서 매우 드문 적장자라는 적통성을 무기 삼아 강력한 왕권을 유지한 '독불장군' 스타일의 임금이었다.
이번 '대박'에서는 이런 숙종을 기가 막히게 잘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숙종은 최민수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를 만나 더욱 놀라운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3회에서도 숙종은 복순이 이인좌(전광렬 분)의 뜻에 따라 움직였고, 여섯 달 만에 낳은 아들 영수(대길)를 죽였다고 속인 뒤 밖으로 빼돌렸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만금(이문식 분)을 고문해 복순에게 자백을 받고자 악을 써대던 장옥정(오연아 분)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장면이었다. 어떻게든 장옥정을 이해하고 감싸안으려 했던 숙종의 분노가 기어이 폭발하고 만 것. 그는 장옥정의 머리채를 잡고서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게야"라고 소리친 뒤 "따라와" 한 마디를 남긴 채 장옥정을 사정없이 끌어냈다.
상대를 잡아 먹을 듯 이글거리는 눈빛과 낮게 깔린 중저음은 안방 시청자들까지 숨죽이게 했다. 지금껏 한번도 본 적 없는 숙종의 위엄은 최민수이기에 가능한 절대 카리스마를 통해 제대로 완성이 됐다. 폐위된 장옥정에게서 싸늘히 등을 돌리던 모습 역시 인상적. 앞으로도 최민수는 이인좌 역의 전광렬, 대길 역의 장근석과 함께 뇌리에 오래도록 기억될 명장면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특히 이날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에서 그는 "자네의 가문을 멸문 시킨 장본인"이라며 이인좌를 자극하는 동시에 섬뜩한 눈빛으로 화면을 장악해 다음 회차를 더욱 기대케 만들었다. /parkjy@osen.co.kr
[사진] '대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