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도 반가운 이름이 간혹 보인다. 최근에는 장국영 추모 13주기를 맞아 영화 ‘성월동화’(1999)가 재개봉했으며, ‘비포 선라이즈’(1996)와 ‘인생은 아름다워’(1999)도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들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고 있으니 마치 90년대로 시간을 되돌려놓은 듯하다. 바야흐로 재개봉 열풍 시대다.
사실 재개봉 열풍은 지난해 11월 예고됐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5)의 흥행 덕분이다. 당시 개봉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기록을 넘어선 기염을 토했다. 이에 제2의 ‘이터널 선샤인’을 노리는 영화들을 끊임없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화가 재개봉되는 건 아니다. 재개봉 영화에도 관객이 다시 찾을 법한 이유가 있다. 과연 어떤 영화들이 재개봉될까. 유형별로 살펴보겠다.
#1. 멜로 명작의 귀환
충무로에서 가장 빈약한 부분이 바로 ‘멜로’ 장르다. 이를 채워주는 역할은 언제부터인가 재개봉 영화가 담당하게 됐다. ‘이터널 선샤인’도 그 중 하나였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멜로 영화의 명작들이 줄줄이 재개봉했다. 설원에서 펼쳐지는 ‘러브레터’(1999)와 ‘렛미인’(2008)을 비롯해 세계적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2003)가 다시 한 번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지난 달 17일에는 '내 인생 잊지 못할 사랑영화 1위'로 선택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이 12년 만에 재개봉했다. 여기에 ‘비포 선라이즈’가 개봉 20주년을 기념하며 오는 7일, ‘인생은 아름다워’가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마도 재개봉 영화 중 가장 많은 유형이 멜로 명작이라 하겠다.
#2. 누군가를 추억하며
영화는 멜로의 갈증을 풀어주기도 하고 옛 시절을 추억하기도 하지만,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한다. 최근에는 영원한 청춘 장국영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3년 4월 1일 46세로 생을 마감해 만우절이면 그를 떠올리는 추모 물결이 끊이질 않는다. 재개봉도 추모 열기에 동참해왔다. 지난 달 31일에는 추모 13주기를 맞아 장국영이 남긴 마지막 멜로 ‘성월동화’가 재개봉했다.
이소룡도 있다. 아직도 액션하면 그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33살의 나이로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팬들에게는 충격을 줬다. 이후 영원한 영웅으로 관객들의 마음속에 살게 된 바. 지난 2013년에는 추모 40주기를 맞아 ‘정무문’이 스크린으로 부활했다. 직접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젊은 층에게도 이소룡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됐다.
#3. 인생 영화가 돌아왔다
‘인생영화’라는 말이 있다. 관객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단 한 편 꼽는 의미 있는 영화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꼽는 작품들이 재개봉해 관객들에게는 추억을 선사했다. 지난 2012년에는 ‘타이타닉’(1998)이 무려 3D로 재개봉했으며, 2013년에는 ‘레옹’(1995)이 당시 국내 심의 규정으로 삭제된 23분이 복원된 디렉터스컷으로, 지난 2월에는 ‘쇼생크탈출’이 20년 만에 새롭게 돌아왔다.
홍콩 느와르 영화가 전성기인 시절을 기억하는가.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트렌치코트 자락을 날리던 그 때 말이다. 유덕화, 양조위의 영화 ‘무간도’(2003)는 지난 달 17일 재개봉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이 영화는 느와르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