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에게서 이런 분위기가 흘러나올 수 있다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복을 입고 풋풋한 사랑에 쑥스러워하던 모습이 생생한데 이제 눈빛에서 진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여진구가 지난 4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에 첫 등장했다. 여진구의 첫 등장은 놀라웠다. 그간 봤던 여진구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20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진구는 자신의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연잉군을 통해 처음으로 성인 연기에 도전한 여진구는 여유로워지고 능청스러워졌다. 물론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연기이긴 했지만 여진구가 내뿜는 에너지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에너지였다.
훗날 영조로서 왕의 자리에 오르는 연잉군 역을 맡은 여진구는 이날 방송에서 ‘조선의 풍운아’로 등장,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하고 기생들에게 스킨십까지 거침없이 하는 등 강렬한 등장을 알렸다. 여진구의 연기 변신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간 여진구는 성인 배우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연기력으로 인정받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성년자라 그의 역할은 한정적이었다. 캐릭터 표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여기서도 여전히 교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20살이 된 후 ‘대박’을 만난 여진구는 표현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듯하다. 표현의 한계 없이 연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만큼 이날 여진구가 보여준 연기는 진한 인상을 남겼다.
4년 전 사극 ‘해를 품은 달’에서 아역 연기를 펼쳤던 여진구는 당시에도 섬세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16살의 어린 나이에도 탄탄한 연기는 물론 김유정과의 로맨스 연기를 소화하며 극을 이끄는 힘을 보여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진구는 16살의 어린 나이인지라 풋풋한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대박’에서는 그런 풋풋함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첫 등장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눈빛과 서늘함. 어린 시절부터 잔혹한 상황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연잉군의 상황을 한 장면만으로 보여준 듯했다. 24부작인 ‘대박’에서 여진구가 보여줄 성장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kangsj@osen.co.kr
[사진] SBS, MBC 제공, SBS ‘대박’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