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B1A4 멤버 신우(25)와 산들(24)은 요즘 뮤지컬에 푹 빠져 있다. 많은 가수들이 뮤지컬에 진출하는 요즘, 신우와 산들의 뮤지컬 출연이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삼총사'에서 달타냥 역할을 함께 맡게 되면서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세계를 경험 중이다. 신우는 두 번째, 산들은 네 번째 작품인데 탄탄하게 뮤지컬배우로 성장해가고 있는 두 사람이다.
지난 1일 개막한 '삼총사'는 탄탄한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워낙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뮤지컬, 2년 만에 더욱 업그레이드 돼 돌아온 이번 작품에서 신우와 산들은 카이, 박형식과 함께 달타냥 역에 캐스팅됐다. 각기 다른 매력의 네 명의 달타냥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연습이 진행될수록 신우와 산들 모두 '삼총사'와 달타냥에 푹 빠져 지내고 있었다.
1년 전 첫 번째 뮤지컬 '체스'를 끝내고 만난 신우는 빨리 다른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뮤지컬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산들은 2012년 처음 뮤지컬에 출연했을 때부터 주위에서 '삼총사 해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인생 캐릭터라는 느낌이란다. 함께라서 더 많이 배우고, 자극받고 있는 두 사람. 달타냥도 달타냥이지만, 신우와 산들은 뮤지컬이 주는 그 매력 자체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때로는 캐릭터를 풀어가는 과정이 고달프기도 하지만 무대 위에서 느끼는 그 '맛'을 알아버린 그들이기에 이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다 보니까 너무 좋아요. 뮤지컬할 때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큰 나무라고 생각해요. B1A4의 무대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같은 느낌을 받게 됐어요. 에너지가 있어요."(산들)
산들이 뮤지컬에 빠진 이유는 확실했다. 역시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받는 그 희열. 공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지만, 또 관객들에게 그만큼 더 큰 에너지를 받았다. 그 잊을 수 없는 짜릿함에 많은 배우들이 중독된다고들 말한다.
신우도 그가 뮤지컬을 하면서 받았던 에너지와 동기부여가 확실했다. 지난해 출연했던 '체스'는 뮤지컬에 도전하는 첫 작품으로는 상당히 어려웠다. 어두웠고 깊었다. 그만큼 신우가 해내야할 몫이 컸는데,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냈다. 그리고 '체스' 이후 많은 것이 변화를 맞았다.
"엄청 많이 느끼죠. 마음가짐이라던가. 뮤지컬을 하면서 스스로 다 리셋되는 것 같아요. 솔직히 B1A4 활동을 하면서 딜레마에도 빠졌고, 암흑기도 있었죠. 의욕도 없었고, 무대의 소중함을,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거죠. 이유도 모르게 흥미롭지도 않았고, 무대 하나 하나에 지쳐 있었고요. 그런데 '체스'를 하면서 태도가 바뀌었어요. 초심을 찾을 수 있게 된 계기였죠. 책임감이랄까. 제가 많이 잊고 있던 것을 깨닫게 됐어요. 이게 B1A4 무대할 때도 도움이 되고, 무대에서 초심으로 돌아갔고, 후회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났던 것도 같아요."(신우)
산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꼭 신우처럼 뮤지컬을 통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초심을 찾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연습하면서, 무대에 오르면서 느꼈던 그 에너지가 어떻게든 그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해준다는 것. 공연자들에게는 큰 깨달음이기도 했다.
"처음엔 신우 형이 뮤지컬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우 형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요. 제가 느낀 걸 함께 느꼈으면 했는데, 사실 이걸 뮤지컬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닐 수도 있죠. 그 친구들도 자신이 하는 것, 그 자리에서 느끼는 게 있잖아요. 배우고. B1A4 무대를 하다 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구나 아는 것 같아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요. 우리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지키고 뭉쳐서 B1A4로 시너지를 만들면 좋잖아요."(산들)
분명 소위 말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을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아직도 존재한다. 최근 많은 가수들이 뮤지컬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시각이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경계하고 있고, 산들과 신우도 그걸 느낀다. 날카로운 시선이지만 그걸 바꿔가는 것도 이들이 할 일이다.
"가슴 아픈 거지만 뮤지컬하는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이 많아요. 답답한 것은 그 분들에게 '한 번만 봐 달라'는 거예요. 저희 공연을 보고 판단하면 인정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죠. 안 보고 판단하는 부분도 있어서 안타까워요. 완벽할 수만은 없는 사람이기에 더 노력해서 무대에 올라야죠."(산들)
뮤지컬을 하는 많은 가수들이 공감할 부분이다. 또 산들과 신우, 그리고 많은 이들이 바꿔야할 시각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정성을 쏟고,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그들이다. 가수로서의 꿈을 이룬 정성과 노력으로 뮤지컬배우로서도 성장하기 위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두 사람이다.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진 만큼 B1A4 멤버로도, 뮤지컬배우로도 완벽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신우와 산들이 더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자 동기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걸 매사에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무플'보다 '악플(악성 댓글)'이 낫다고 질타도, 채찍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든 가지고 살 수 있어요. 조금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그렇게 함으로써,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그렇게 큰 사람으로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산들)
"아직까지 기초는 아이돌 가수이기 때문에, 가수로 데뷔해서 뮤지컬배우에 도전했다고 생각해요. 가수로 데뷔했기 때문에 뮤지컬배우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가수라는 점이 장점이기도 하죠. 양날의 검 아닐까요. 우리가 뛰어넘어야 하는 거고, 감사한 것이기도 하죠. 배우로 가기 위한 과정이긴 하지만, 또 뿌리를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신우)
좋아하는 일, 에너지와 희열을 느끼는 일을 계속 잘해내기 위한 노력을 늦추지 않는 신우와 산들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같은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분명 무대 위의 그들에게는 더 큰 에너지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신우와 산들이 뮤지컬배우로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해나갈지, 어떻게 성장할지가 더 궁금하고 기대된다.
첫 작품인 '체스'에 너무 몰입해서 빠져나오는데 작품이 끝나고도 두 달이나 걸렸다는 신우. 너무 강렬했던 기억이라, 또 힘들어 겁도 나는 작품. 욕심은 나지만 선뜻 다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그에게서 뮤지컬을 대하는 진심이 전해졌다. 진심이 느껴져 더 기대되는 신우의 무대.
산들도 그런 면이 신우와 닮았다. '형제는 용감했다'를 시작으로, '올슉업', '신데렐라', '삼총사'로 이어지기까지 좋은 작품을 만나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또 멋진 게 만들어 간직하고 있어 그 멋진 기억을 다시 꺼내기 겁날 때가 있다고. 그만큼 모든 작품, 모든 캐릭터가 산들에게 선명하게, 진심으로 담겨 있었다. 앞으로도 뮤지컬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용기가 필요하다"는 산들이다. /seon@osen.co.kr
[사진]엠뮤지컬아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