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착착 감기는 커플 연기가 또 있을 수 있을까? '동네변호사 조들호' 박신양이 '사이다 드라마'라는 별명에 어울리게도, 극 중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유쾌한 '케미스트리'를 발산했다. 문제 해결은 덤이었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변지식(김기천 분)의 무죄를 입증해 내는 조들호(박신양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결정적인 증인이 돼준 것은 당시 노광수가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봤던 근처 슈퍼 이말숙 할머니였다.
이날 조들호와 이은조(강소라 분)는 뺑소니 사고 현장에서 범인의 바퀴 자국이 찍힌 우산을 주워 보관하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다. 경미한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는 당시 사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고 노광수가 화재 사건이 아닌 뺑소니로 죽었음을 증언할 수 있었지만, 지병이 있는 어른이라는 것 때문에 쉽사리 법원에 가달라 제안을 하기 힘들었다.
조들호는 여기서 융통성을 발휘했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고스톱을 함께 치던 그는 "우리 암흑의 세계가 아니고 테레비(TV) 많은 데서 치자. 내일 갈까"라고 할머니를 구슬린 후 "내일 비가 온다"며 증거물인 우산을 가지고 오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할머니를 법정으로 데려간 그는 법정에서 긴장할 수 있는 할머니에게 뻥튀기와 화투장을 쥐어주며 달랬다.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할머니는 거침 없었다. 판사들에게 "여보쇼. 안녕하쇼. 밥들도 먹고 그러고들 하쇼. 얼굴이 거무틱틱하다"고 질펀한 인사를 건네거나 증언의 신빙성에 의심을 품는 검사에게 "우라
질놈아, 손님이 허벌나게 없으니 맨날 나와 있는다"고 욕을 한바가지 퍼붓는 식이었다.
조들호는 거친데다 치매기까지 있는 할머니를 잘 다독였다. 할머니는 의외로 증언을 잘 해냈는데, 뺑소니로 죽은 아들에 대한 질문을 하며, 노광수의 사건과 헷갈리는 것이 아니냐는 검사의 압박에 "야이 검사 놈아. 내 아들 사진 본 적 없지?"라며 아들과 노광수를 정확히 구분해 냈고, 노광수의 얼굴을 어떻게 정확히 기억하
느냐는 질문에는 "썩을놈이. 죽기 전에 우리 집에 여러 번 왔으니까 내가 잘 안다"고 응수할 정도였다.
이는 할머니의 치매 증상을 완화시켜 줄 수 있도록, 며느리를 데리고 온 이은조와 재판 중에도 할머니에게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며 긴장을 풀어주려고 한 조들호의 노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항소심은 할머니의 시원한 증언으로 성공적이게 막을 내렸고, 기분이 좋은 조들호는 할머니를 "말숙 씨"라 부르며 "왜 이제 와? 화장실 줄이 길었어? 애인이라고 했잖아. 나는 지적이고 섹시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고백해 웃음을 줬다. 거침없는 콤비가 이뤄낸 승리였다.
이 과정에서 박신양과 할머니 역을 맡은 배우는 찰떡 호흡을 보였다. 막무가내인 할머니와 그런 그에게 애드리브가 분명한 능청스러운 대사들("뻥튀기 하나 먹으라", "그냥 하는 말이다", "뺏는 거 아니다. 가져가는 거 아니다")를 내뱉는 박신양의 모습은 큰 웃음을 줬다. 특히 박신양은 '갓신양'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보는 이들을 집중하게 했다. /eujenej@osen.co.kr
[사진] '동네변호사 조들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