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못했던 그림이었다. 바쁜 전현무, 운동을 잘하기 보다는 '뇌섹남'에 가까운 그가 '우리동네 예체능' 배구팀에 등장하다니. 알고 보니 이는 강호동에게 진 마음의 빚 때문이었다.
전현무는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스케줄로 빠진 강남을 대신해 정상훈, 박준형, 슬리피와 함께 출연했다.
처음부터 정상훈과 요란한 중국어 개인기로 웃음을 준 그는 강호동의 절친으로 백업을 위해 왔다. 강호동은 "대한민국 예능계 사대천왕이다. 예능계에 지분이 있다면 아마 75% 정도가 있을 것이다"라고 전현무를 소개했다.
이에 전현무는 "그런 얘기가 있다. 신동엽, 전현무, 김구라가 하는 프로그램을 합하면 30개가 넘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줬다. 이 때 오만석이 "묘하게 강호동 뺐다?"고 도발했고, 전현무는 "그런 얘기는 조심해달라"고,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있었던 해프닝에 대해 언급했다.
오만석은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고, 강호동은 민망해 했다. 당시 SBS 연예대상에서 전현무가 김구라와 대화 중 강호동이 "한 게 없어 상을 못 받을 것"이라고 표현한 게 있었는데, 이 같은 발언이 지나쳤다는 네티즌의 반응이 있었던 것.
이후 전현무는 공식 사과문으로 사과했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더욱 부끄러운 것은 여러분이 이렇게 지적해주시기 전에는 제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친한 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러분들이 함께 보는 방송임을 잠시 망각해 함부로 선을 넘어 진행한 점 인정합니다. 그리고 깊이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며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배경에 대해 설명했었다.
그 때문에 전현무가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출연해 강호동의 옆에 서는 것에는 많은 부담이 따랐을 것이다. 이미 대중은 공식 사과문으로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또 한 번 강호동과 함께 나와 과거의 실수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현무는 배구단의 백업을 해 달라는 강호동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함께 했다. 전현무는 당시 논란에 대해 입을 열머 "용서를 잘해 주셨다"고 말했고, 강호동은 "그게 용서할 일 아니다. 난 무슨 일인지도 모른다"며 민망해 했다. 이렇게 되자 전현무는 다시 "용서했다고 하라. 그걸 해결하기 위해 이 아침에 나왔수다. 그게 아직 남아 있어서"라며 "나를 때리던가 하라"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결국 강호동은 전현무의 손을 잡고 포옹하며 완벽한 화해의 장면을 만들었다.
놀라운 것은 생각보다 오래된 강호동, 전현무의 인연이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98년 '캠퍼스 영상가요' 연대 편이었고, 강호동은 MC, 전현무는 연대생 우승 출연자였다. 전현무는 당시 첫 촬영에서 우승을 거뒀지만, 그날의 촬영분 전체가 녹화가 되지 않은 일이 발생해 한 번 더 녹화를 하게 되면서 심기일전한 다른 팀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줘야 했던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의 화해에서 돋보였던 것은 강호동이 겸손함과 아량, 전현무의 진정성이었다. 강호동은 예능계에서 보면 한참이나 후배인 전현무를 "사대천왕"이라 부르며 칭찬했고, "무슨 일인지 잘 모른다"면서도 그의 사과를 공식적(?)으로 받아줬다. 전현무는 한 번 끝난 일이지만, 다시 한 번 강호동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며 진정성을 보였다. /eujenej@osen.co.kr
[사진] '우리동네 예체능'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