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나름의 아우라가 존재한다. 그냥 배우라는 말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모든 여자 연기자들에게 쓸 수 있는 단어이지만, 그냥 갖다 붙일 만한 수식어는 아니다. 몸매나 맡은 캐릭터 때문에 늘 섹시한 여배우로 치부됐던 이채영. 그런 그녀가 여군이 되면서 섹시 이미지를 벗었다. 방송 전에는 군복도 섹시하게 소화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걸. 순한 양처럼 사람 좋은 솔직 발랄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만난 작품 속에서 눈을 흘기고 악을 쓰느라 실제 성격도 그렇지 않을까 의심을 품기도 했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확실한 건 여배우 이채영은 섹시하기보다 여리고 한없이 착했다.
이채영은 5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화보나 드라마의 이미지 때문에 저를 차갑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진짜 사나이’를 통해 이채영의 진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입대를 통해 사람을 얻었고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똘망똘망한 눈빛을 한 채 말 한마디에 힘을 싣는 모습에서 아직도 군인 정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데뷔할 때부터 화려한 외모와 몸매로 주목 받아온 이채영. 센 이미지에 맞춰 강한 캐릭터가 주어졌고, 그녀는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이로 인해 악녀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했다.
이채영은 “장점으로 본다면 제가 연기를 열심히 했으니 캐릭터와 비슷하게 봐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 가지 캐릭터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악역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보다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이제는 재밌는 역할도 맡고 싶다”고 말했다.
‘진짜 사나이’ 여군 4기편에서 이채영은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해 분노의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점호 사관으로서 군기를 잡으며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방송을 보고 알았다.(웃음) 제가 저렇게 욱했나 싶다. 진지해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단체 생활은 나로 인해 전체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힘들어도 끝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래서 진지했던 것 같다. 탱탱볼 중대장님이 ‘이채영 하사가 인간미가 있어 좋다’고 하셨다.”
이채영에게 TV 속 차가운 이미지와 달리 온순해 보인다고 말했더니 “그렇게 보이냐”고 되물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면서 “데뷔 초반 당하는 역할보다 해코지 하는 역할을 자주해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제게 다가오기 힘들어하시더라. 별거 아닌 일에 심각하기도 한데 제가 항상 욱하는 사람은 아니다. 캐릭터 변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젠 로맨틱 코미디 속 상큼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반전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대중에 믿음을 주는 인간적인 여배우, 편안함을 주는 여배우가 되고 싶다. ‘저 사람이 이채영이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가겠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