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에서 이제는 브라운관으로 영역을 넓힌 장승조가 물오른 악역 연기로 뭇 어머니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장승조는 SBS ‘내 사위의 여자’에서 차분하고 이성적이며 똑똑하고 유능한, 성공 지향적인 남자 최재영 역을 맡았다. 특히 여주인공 수경(양진성 분)에게 무서우리만치 집착하는 면모를 보이는데, 그의 뛰어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로 인해 재영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만난 그는 차갑다기보다는 따뜻했고, 차분하다기보다는 열정이 넘쳤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살 수 있는 악역 연기임에도 어떻게 하면 더 나쁘게 보일까, 어떻게 하면 더 분노를 표현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그의 모습이 천상 배우였다.
- 극중 매번 주인공들을 째려보고 있는데 힘들지 않나.
“초중반에 화면에서 내가 인상 쓰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더라. ‘나 저런 사람 아닌데’, ‘저렇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황영희 선배한테 조언도 구하고기도 하고 모니터를 많이 했다. 댓글은 초반에는 봤는데 마음이 많이 힘들어서 지금은 잘 안 본다. 그때는 시청자 분들이 최재영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했다. 근데 별에 별 얘기가 다 있더라. 그래서 지금은 일부러 잘 안 본다.”
- 아내 린아의 반응은 어떠한가.
“항상 모니터를 해준다. 초반에는 먼저 ‘우리 드라마 어때? 내가 한 건 어때’라고 많이 물어봤다. 이미 내가 느꼈던 부분을 물어보면 같이 고민도 해주고 좋아도 해주는 것 같다. 워낙 재밌게 우리 작품을 보고 있어서 많이 응원해 주고 있다.”
- 장승조표 악역의 매력은 무엇인가.
“작품을 처음 시작할 때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단순히 ‘악역’, ‘나쁜 놈’ 이게 아니라 ‘왜 이렇게 나쁜 친구가 됐을까’부터 출발을 해서. 가족들과 관계, 트라우마, 주변 상황들 때문에 만들어진 나, 주변으로 표현하는 뻗어나가는 가지들을 통해서 최재영이 ‘왜 이렇게밖에 자라날 수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시는 눈으로도 많이 얘기하려고 하는 것 같다. 눈이 좀 못되게 생겨서 웃지 않으면 사람들이 많이 한다.”
- 확실히 화만 내는 다른 악역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제 안에서 조율을 하는 것 같다. 우리 드라마도 던지는 거 많고 책상 치는 것도 많은데, 감독님이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스타일상 그런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애초에 말씀하셨다. 방향성을 애초에 그쪽으로 안 간다고 하셔서 나도 머릿속에 세팅이 돼있는 것 같다. 책상을 쳐도 어떤 모습으로 보여드려야 하나 작은 고민들을 많이 한다. 그런 모습들이 보여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 극중 악녀 이가은(윤지유 분)과 손 잡았는데?
“안그래도 같이 음모를 꾸미면서 서로 ‘얘기를 많이 하자. 더 괴롭힐 수 있게 똘똘 뭉쳐보자’고 말했다. 으쌰으쌰 해야 될 것 같다. 현장에서 나만 짝이 없다고 했었는데, 가은이랑 같이 잘 해서 열심히 (메인커플을) 괴롭혀야 될 것 같다.”
- 극중 엄마인 황영희와 호흡이 유독 좋은 것 같다.
“처음부터 선배님이라고 안 부르고 엄마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 현장에서 만나면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해왔던 노력들이 지금은 작품적으로도 얘기가 많이 오가게 하는 것 같다. 초반에 선생님도 재밌으니까 같이 ‘좀 더 다양한 모습들 보여주자’ 했는데 감독님도 톤을 정리해주시면서 재밌게 하고 있다.”
- 대부분의 드라마는 권선징악으로 끝난다. 최재영의 결말은 어떻게 예상하나.
“나도 궁금하다. 감독님이 해피엔딩이라고 했는데, 과연 최재영이라는 인물은 마지막까지 갔을 때 어떻게 무너질지 아니면 회복될지 궁금하다. 해피엔딩이면 다시 회복될 것 같은데 과연 어떻게 내가 어떻게 치유 받을 수 있을까, 이 관계들이 어떻게 정리돼서 회복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