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박'이 방송 4회만에 월화극 2위로 내려앉았다. 50부작 '육룡이 나르샤' 때부터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던 1위 자리를 KBS에 내주고 만 것. 게다가 장근석 여진구 임지연이 본격 등장해 열연을 펼쳤음에도 시청률은 대폭 하락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벌써 낙담하기는 이르다. 진짜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 월화극 '동네변호사 조들호'(이하 '조들호'), '몬스터', '대박'은 지난 28일 동시 첫 방송을 시작했다. '대박'은 '육룡이 나르샤'의 승기를 이어 받아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고, '조들호' 역시 박신양의 열연 덕분에 2위에 안착했다. 반면 '몬스터'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방송 4회만에 월화극 순위가 뒤바뀌고 말았다. '조들호'가 '대박'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것. '조들호'는 박신양을 중심으로 속 시원한 법정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것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에 시청률 상승 효과를 얻게 된 것. 반면 '대박'은 4회부터 장근석 여진구 임지연의 본격 활약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하락, 9.5%를 얻으며 2위에 올랐다. 8.9%의 '몬스터'와도 고작 0.6% 포인트 차이라 2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제 방송 4회를 마쳤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이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변화하게 될 장근석과 속내를 숨기고 한량처럼 살아야 하는 여진구의 진짜 명승부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기 때문. 더 높이 날기 위해 잠시 숨고르기를 했을 뿐,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박'은 조선 숙종 시대, 왕의 잊혀진 아들 대길(장근석 분)과 그 아우 연잉군(훗날 영조/여진구 분)의 한판 대결을 그린 팩션 사극. 장근석의 2년만 복귀작이자 성인이 된 여진구의 첫 번째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최민수, 전광렬, 이문식 등 탄탄한 중견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더욱 기대를 모았다.
조선 시대의 도박을 소재로 하고 있는 '대박'은 지금껏 드라마에서는 본 적 없는 웅장한 규모의 투전방과 화려한 영상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여기에 최민수, 전광렬의 놀라운 카리스마와 이문식, 윤진서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은 '대박'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손꼽혔다. 특히 최민수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숙종 캐릭터를 완성, 명불허전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눈빛만으로도 안방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왕의 위엄이 방송 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지난 5일 방송된 4회에서는 대길의 아버지 만금(이문식 분)이 이인좌(전광렬 분)의 화살에 맞아 사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는 대길의 인생을 또 한 번 완전히 뒤바꾸는 사건이었다. 철없이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대길이 만금의 죽음으로 복수를 꿈꾸며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모하게 되는 것. 이는 곧 장근석의 연기력이 폭발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연잉군 여진구의 활약도 더해질 예정이다. 이미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독보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는 여진구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슬픈 운명을 타고난 왕자의 심경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술과 여자에 취해 한량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실상 그 누구보다 영특하고 비범한 인물인 그는 순간적으로 빛나는 눈빛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화면을 압도했다. 이는 곧 앞으로 펼쳐질 장근석과의 진짜 대결을 기대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민수와 전광렬의 명승부 역시 남아 있다. 두 사람 역시 극 중에서 질긴 악연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상황. 역사는 정해져 있지만, 이들의 연기 대결은 이를 더욱 쫄깃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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