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 장근석의 변화를 앞두고 잠시 숨고르기를 했다. 앞으로 20회를 더 끌고 가야 하는 장근석에겐 중요한 전환점인 셈. 이에 시청률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반전 가능성은 차고 넘친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은 왕의 잊혀진 아들 대길(장근석 분)과 그 아우 연잉군(훗날 영조/여진구 분)의 한판 대결을 그린 팩션 사극. 장근석의 2년만 복귀작이기도 한 '대박'은 장근석. 여진구, 임지연 외 최민수, 전광렬, 이문식 등 탄탄한 중견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큰 기대를 모았다. 도박이라는 소재 역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대박'은 첫 방송부터 영화에서나 볼 법한 웅장한 규모의 투전방과 화려한 영상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세트장 건축에 제작진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제대로 확인 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여기에 최민수, 전광렬, 이문식 등 중견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내공은 '대박'을 꼭 봐야 하는 이유로 손꼽혀왔는데, 그 중에서도 최민수는 눈빛만으로도 안방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대방출했다. 최민수가 만들어낸 숙종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됐는데, 특히 지난 3회 방송에서 장옥정(오연아 분)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덕분에 '대박'은 경쟁작들을 누르고 월화극 1위를 수성해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 4회 방송은 시총률 9.5%로,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 방송은 장근석, 여진구, 임지연 등 성인 배우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했던 회차였기에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반등 기회는 충분히 많다. 이제 고작 4회 방송이 됐을 뿐더러, 주인공 대길은 아버지 만금(이문식 분)의 죽음으로 복수심을 품에 안고 제대로된 타짜로 변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장근석은 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과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주목 받아왔던 배우다. 평소 이미지와는 별개로 연기력에서만큼은 늘 호평을 얻어왔다. 특히 깊이 있는 눈빛과 정확한 발음, 캐릭터 소화력 등은 사극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장근석은 이 명성에 걸맞게 천방지축 사고뭉치 캐릭터인 개똥이를 제 옷 입은 듯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투전꾼답게 여러가지 지역 사투리를 섞어내는 영특함이나 캐릭터에 맞게 철저히 망가지는 모습 등은 장근석의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엿보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 5회부터는 더 이상 철부지 개똥이가 아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울부짖는 슬픈 운명의 청년 대길을 연기해낼 예정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4회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에서 장근석은 그간의 해맑은 웃음과 장난기를 모두 벗어던지고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얼굴과 눈빛으로 전광렬과 맞서고 있다. 복수를 위해 광기를 폭발하는 대길처럼, 장근석 역시 그동안 쌓아둔 연기 내공을 제대로 터트릴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 이 같은 장근석의 '흑화'는 '대박'의 반전 가능성을 예상케 하고 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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