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일어났다. 줄곧 2위를 차지하던 ‘조들호’가 왕으로 군림하던 ‘대박’을 밀어내고 우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8일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가 일제히 시작한 가운데 시청률 경쟁에 돌입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흥미진진하다.
요즘 같은 때엔 본 방송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아 있는 시청자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본방 사수를 하는 사람들은 ‘옛날 사람’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서비스인 POOQ이나 며칠이 지나서도 다시 볼 수 있는 VOD 서비스가 떡하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거대한 지상파 중심으로 돌아가는 방송 체계 아래선 시청률 수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시청률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작품은 아니나, 숫자나 순위가 곧 인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동 시간대 방송 중인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이하 조들호), MBC ‘몬스터’, SBS ‘대박’의 강력한 무기로 꼽히는 장점과 치명적인 약점을 짚어봤다. 향후 세 드라마의 시청률 수치에 큰 변동을 줄 가능성이 높다.
◆1위 쟁취 ‘조들호’ 어디서 본 듯한데?
‘조들호’는 지난 5일 방송된 4회가 11.3%(닐슨코리아 제공 이하 동일)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대박’을 1.8%포인트로 따돌렸다.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가 무너뜨릴 수 없는 1위로 자리매김하면서 월화-수목극에서 1위를 차지한 영광의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박신양의 연기력이 여전히 녹슬지 않았음이 증명된 것이다.
이 드라마는 잘 나가던 검사 조들호가 검찰의 내부비리를 고발해 나락으로 떨어진 후, 변호사로서 새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들호’는 법정을 주된 배경으로 삼지만 그 안에 따뜻한 인간애도 다루면서 재미와 감동을 안기고 있다. 그러나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피의자가 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변호사의 정의감 넘치는 모습은 그간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봐왔던 장면이다. ‘조들호’ 역시 그 감동적인 성공 공식을 따르려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대박’, 사극은 어려워
전작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대박’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승기를 잡으며 시작했다. 최민수부터 이문식, 장근석, 임지연, 여진구 등 신들린 듯한 연기력을 선보이는 배우들의 호흡이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러나 사극은 내용을 불문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다. 주로 중장년층이 사극을 선호하고 젊은층은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장르로 쏠리곤 한다. ‘대박’은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비교적 가벼운 팩션 사극이지만, 첫 회부터 집중력을 갖고 보지 않으면 중간부터 시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한 번에 몰아보지 않고서야 4회 이상부터 본다면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앞으로 ‘대박’의 시청률 추이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몬스터’,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
사실 ‘몬스터’는 대작을 남겨온 장영철 작가의 따끈한 신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앞서 ‘기황후’ ‘돈의 화신’ ‘자이언트’ 등을 모두 성공 반열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덕화 박영규 정보석 강지환 진태현 박기웅 등 두 말할 필요 없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출연에 주성우 PD까지, 삼박자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막상 첫 회의 뚜껑을 열고보니 불륜, 살인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배치돼 일부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다. 특히 남자주인공이 죽을 고비를 몇 번씩이나 넘긴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 빈 틈을 연기자들이 차진 연기력을 발휘해 메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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