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씨남정기’는 기승전연애로 전개되더라도 볼 수밖에 없는 드라마인 듯하다. 최근 윤상현과 이요원의 사이에 묘한 기운이 느껴지긴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러브라인이 그려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둘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확실하지 않지만 이들의 관계가 ‘욱씨남정기’의 핵심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극본 주현, 연출 이형민)는 ‘소심끝판왕’ 남정기(윤상현 분)와 ‘센 언니’ 옥다정(이요원 분)이 러블리 코스메틱 직원들과 갑에 맞서 회사를 지키고 갑의 세상에 도전하는 내용이 그려지고 있다.
시청자들이 ‘욱씨남정기’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힘없는 ‘을’이 ‘갑’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맞서 싸우고 결국엔 쟁취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욱씨남정기’에서는 극도로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꿈 같이 이뤄지는 내용이 시청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고 있는 것.
‘욱씨남정기’ 속에서 ‘을’ 러블리 코스메틱은 ‘갑’ 황금화학의 하청업체로 황금화학이 부당하게 요구한 것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남정기가 개발한 세럼 기술까지 넘기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에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 상황까지 맞아야 했다.
심하게 ‘갑질’하는 황금화학의 김상무(손종학 분)의 횡포에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욱씨남정기’가 그리는 갑을관계가 현실과 다르지 않아 시청자들은 크게 공감했다. 현실에서는 을이 갑의 말에 ‘복종’해야 상황이지만 ‘욱씨남정기’는 사이다 같은 전개로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줬다.
‘욱씨남정기’는 러블리 코스메틱 직원들이 그저 황금화학의 갑질에 당하는 것만 그리지 않았다. 판타지라고 표현될 만큼 러블리 코스메틱 직원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더 이상 을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권리를 주장하고 부당한 것에 대해 따끔하게 한 마디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상무가 러블리 코스메틱이 자체 브랜드 제품을 내놓는 걸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며 다른 하청업체 사장들에게 반협박으로 이를 막자 옥다정이 김상무를 찾아가 “(무릎) 꿇으러 온 게 아니라 (하청) 끊으러 왔다”고 하고 김상무 앞에서 아무 말 못했던 조사장(유재명 분)은 황금화학이 미투제품을 내놓자 이를 따지는 등 러블리 코스메틱 직원들이 더 이상 당하지 않고 갑에 맞서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때문에 ‘욱씨남정기’가 남정기와 옥다정의 관계를 ‘썸’으로 끌고 가더라도 이는 지금의 드라마 전개에 큰 영향을 크게 끼치지 않을 만큼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형민 감독도 러브라인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드라마가 그리는 갑을관계 등 사회적 이슈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무게가 상당한 것은 물론 이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담으며 시청자의 취향을 저격, ‘욱씨남정기’가 기승전연애가 되더라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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