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불가능할 줄 알았던 드라마 사전제작 시스템이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국내 드라마가 한류붐을 일으키며 점차 웰메이드 작품을 지향하는 추세와 한중 동시방영 등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결과.
이전 드라마 제작 시스템만 봐도 사전제작 드라마 열풍은 반가운 뉴스임에 틀림없다.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에 시달리던 현장 스태프와 촬영 전 쪽대본을 받아들고 달달 외워야 했던 배우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양질의 제작 환경은 결국 작품의 짜임새나 완성도로 이어지고 시청자 또한 '웰메이드 드라마'를 접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사전제작이야 말로 스태프와 배우, 시청자까지 만족시키는 일석 삼조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이라도 치명적인 단점은 존재한다.
그간 사전제작으로 만든 드라마를 찾아보면 tvN에서 방영한 '치즈인더트랩'과 '시그널' 그리고 현재 뜨거운 인기몰이 중인 KBS 2TV '태양의 후예'를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방영예정인 KBS 2TV의 '함부로 애틋하게'와 SBS '사임당, 허 스토리' '보보경심: 려' 등이 사전제작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앞서 방영된 '치즈인더트랩'이나 '시그널'은 소위 말하는 '막장'이 아닌 짜임새가 튼튼한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태양의 후예'또한 마찬가지. 넉넉한 스케줄이 보장되는 만큼 완성도 또한 보장되는 동시에 이 부분에선 치명적인 단점이 생기고 만다.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
드라마를 보는 국내 시청자의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의 의견표출을 통한 '참여'를 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미 결말이 만들어진 작품 경우엔 시청자의 의견이 포함될 수 없고 좋은 평가를 받던 작품 마저도 결말에 가서는 아쉬운 평가를 받는 사례가 생기고 많다.
이같이 완벽하게만 보이는 사전제작 시스템에도 아쉬운 부분은 존재하지만, 현재 국내 사전제작 시스템은 이제 막 발을 뗀 상태. 중국과의 동시방영 및 제작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두고서라도 점차 확대될 사전제작이 시스템 내부의 장단을 현명하게 파악하고 고착화 되기를 기대해 본다. /sjy0401@osen.co.kr
[사진] KBS,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