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뭔들’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주어가 무엇을 하든 멋있다는 의미다. 영화 ‘곡성’에 딱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메가폰을 잡은 나홍진 감독에게도, 배우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에게도 그렇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곡성’은 ‘추격자’(2008), ‘황해’(2010)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이 사실만으로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외지인이 오고 난 이후 발생한 의문의 연쇄 사건을 파헤치는 경찰(곽도원), 무당(황정민 분) 그리고 목격자(천우희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스릴러의 거장 나홍진 감독에 이어 배우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세 배우가 뭉쳐 ‘믿고 보는’ 작품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시나리오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나홍진 선에 탑승했다.
곽도원은 강렬한 악역 이미지를 벗고 평범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곡성’의 전개를 이끄는 주인공이다. 그런데 처음 주인공 역을 제안 받았을 땐 선뜻 도전할 생각이 안 났다고. 그는 “주인공 깜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곽도원이 주인공 역으로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주인공이라는 걸 했을 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또 나홍진 감독님이 어떻게 이끌어 나가시는 줄 알기 때문에 기대고 힘을 합쳐서 하면 할 수 있을까 싶은 나약한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나홍진 감독은 “첫 촬영할 때 상상도 못한 연기를 하는 거다. 올바르지 못한 길인 줄 알았지만 그게 맞는 것 같더라. 상상한 적이 없는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며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나홍진 감독의 믿음처럼 곽도원은 아찔한 절벽 위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긴장감 넘치는 신을 연기했다고.
황정민은 박수무당 역을 연기한다. 이를 위해 실제 무속인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고. 특히나 하이라이트 굿 장면은 15분 롱테이크로 촬영됐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신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황정민은 “제가 형사 역을 하지 않았나. 관객들이 봤을 때 진짜 무당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했다. 그게 제일 고민이었다. 이게 연습으로 되는 건 아니더라”며 “한 번 리허설을 하고 봤더니 ‘이것 봐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오는 쾌감이 있었다. 굿복을 입고 입을 때 오는 귀 뒤가 싸한 느낌이 있다. 저한테는 정말 오랜만에 느꼈던 감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황정민의 걱정과는 달리 옆에서 지켜봤던 나홍진 감독은 그가 진짜 신들려버린 건 아닐까 싶어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천우희는 나홍진 감독이 선택한 첫 여배우다. 천우희는 무명 역을 맡아 지금까지 선보였던 캐릭터 중 가장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 이번 ‘곡성’ 시나리오를 보고 특히나 무명 역에 대한 욕심이 났다고.
천우희에 대해 나홍진 감독은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첫 미팅 후 그 마음이 확실히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즉석에서 연기를 보여 달라는 요청에 복근에 힘을 주고 캐릭터에 몰입했던 그녀의 모습에 “나를 갖고 노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곽도원 역시 “그 나잇대 배우 중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라며 거들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에 대해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고 싶어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황해’를 선보인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신작 ‘곡성’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15세 관람가를 받으면서 더 폭넓은 연령층의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다. 이번에는 ‘황해’와 달리 15세 관람가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고. 그 사연에는 ‘황해’가 개봉했을 당시 영화관에서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즐기던 연인의 모습을 보고 죄송스러웠다는 사연을 전했다. 나홍진 감독은 “이번 작품은 미술적인 장치로 묘사하고 직접적인 묘사는 피했다. 그래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15세 관람가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 제가 이 자리를 빌려서 그날 크리스마스 때 싸우셨을 거로 예상되는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곡성’은 가족의 달 개봉이다”며 재치 있게 온가족이 함께 관람해주길 희망했다.
특히 칸 영화제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나홍진 감독은 이에 대해 “우리 영화가 예술적인 면을 당연히 지향하지만, 그렇게 순도가 높은 예술영화라고 한다면 우리 영화는 상업 영화 측에 가깝다. 상업 영화다. 그러다 보니까 영화제에 대한 말씀들 많이 해주시는데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생각 안 한다. 정말 제가 누가 봐도 예술영화인 영화를 만들었다면 욕심냈겠지만, 특정 영화제에서 우리 영화를 초청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드리고 기대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끝으로 나홍진 감독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마무리해 강한 믿음을 선사했다.
5월 12일 개봉. / besodam@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