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설탕 논쟁이다. 설탕? 맛을 생각하면 먹어야 되고 건강을 따지자면 참아야 된다. 인공 조미료와 함께 음식점 맛내기의 필수 항목인 설탕은 그 동안 숨겨지고 감춰진 금단의 사과였다. 맛집 조리에 꼭 들어가는 양념이지만 세상은 애써 자기 눈을 가렸고 식당 주방은 쉬쉬 입을 닫았다.
이를 공개적으로 꺼낸 인물이 바로 “집밥 백선생”, 백종원이다. '슈가보이' 애칭까지 달았다. 당연히 유기농과 건강식을 추구하는 이들의 주요 표적이 됐다. 남들이 죽어라 감추는 걸 백종원은 대놓고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SBS 주말 간판예능 '백종원의 3대천왕' 메인 MC인 그는 같은 SBS의 교양 스페셜 '설탕 전쟁-당하고 계십니까?'를 통해 대놓고 디스까지 당했다. 과연 어떤 심경일까? 전화 연결조차 되지 않는 백종원을 녹화 현장 길목에서 기다렸다가 짧게 인터뷰했다.
Q: SBS스페셜 ‘설탕 전쟁’ 특집이 방영 후, 내용상 백종원을 저격했다는 반응이 나왔고, 방송에 출연한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는 백종원을 디스한 것이 아니다 라는 발언을 하여 화제가 되었는데, SBS 주말 예능인 '백종원의 3대천왕'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서운하지는 않았나.
A: SBS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방송국 안에서 오해의 소지를 무릅쓰고서라도 시사와 예능은 구분을 짓는 것이 언론사의 사명 아니겠는가.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민 건강을 환기하는 내용에도 충실한 것. 이러한 조직이 정말 좋은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황교익 선생님은 음식평론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씀을 하셨고, 특히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잘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저를 지목하여 디스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방송에서 그간 쉬쉬하던 금기에 맞서 솔직한 레시피를 그대로 선보인 게 자신한테 역풍으로 온 것이 아닌지?
A: 원래 뭘 감추는 성격이 못 된다. 방송에서 멋대로 편집하고 대본대로 진행될 거였다면 어느 곳도 출연하지 않았을 거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시도한 요리가 맛이 없다면 자신감을 잃고 포기해 버린다. 맛이 없는 것은 실력의 차이가 아닌, 간 조절에 달려 있다. 그래서 맛있다고 느껴지는 어느 정도의 강한 간을 기준으로 잡아 놓고, 시청자 분들의 입 맛과 취향에 따라 조절하실 것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내용이 시청자 분들께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은 문제도 있고, 또한 수십 명 분량의 소스를 만드는 장면이 특정 방송에서 설탕을 분수처럼 들이 붓는 CG를 통해 연출되며 더욱 오해가 커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결과물을 즐거워해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셨기 때문에 원망스럽지도 않고, 역풍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번 SBS 스페셜과 황교익 선생님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방송 출연자로서 표현에 더욱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 SBS 스페셜 이광훈 CP는 “지난 3일 방송분에 대해 백종원씨의 설탕을 넣는 장면은 사례 설명을 위한 커트였을 뿐 이다. 방송을 보면 쿡방에 대한 언급도 프롤로그에만 등장했고 본 편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백종원을 디스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하였으며,
한편 ‘백종원의 3대천왕’의 안재철 PD는 “이번 (SBS스페셜)특집을 통해, 음식 문화를 다루는 PD로서 좀더 무거운 사명감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영국 설탕세 도입 소식을 불씨로 촉발된 국내 식 문화의 설탕 논쟁이 점차 뜨거워지는 가운데, 간편하고 쉬운 요리를 선보이며 쿡방의 중심으로 우뚝 선 백종원의 어깨가 무겁다. 특집방송 이후 백종원의 행보에 대해 그의 레시피를 응원하고, 혹은 그의 레시피를 우려하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다./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