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란 작품 속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는 직업이다. 많은 배우들이 배우의 매력을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는 재미로 밝혀온 바. 가장 최고의 찬사는 배우로 보이지 않고 작품 속 캐릭터로 보일 때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치 그 인물로 빙의된 듯한 메서드 연기를 펼칠 때 우리는 ‘신들린 연기’라고 칭한다.
배우 황정민은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을 통해 진짜 신들린 연기를 선보였다. 긴 머리를 질끈 묶고 굿을 벌이는 무당으로 변신했다.
다작배우로 유명한 이 배우가 지금까지 작품 속에서 살아봤던 직업은 무궁무진했다. 가까운 최근만 보더라도 ‘베테랑’에서는 형사로 살았고, ‘히말라야’에서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으로, ‘검사외전’에서는 검사로 살았다.
그런데 ‘그’ 황정민도 무당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다. 가장 고민했던 지점으로는 과연 관객들이 자신을 진짜 무당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 지였다고 밝힌 바. 그러면서도 고정화된 무당의 이미지는 탈피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황정민은 올백머리를 하고 평소에는 깔끔한 옷을 입고 등장한다. 실제 무속인들을 보고 느낀 점을 예로 들었는데 그는 “실제로 보면 사복 잘 입고 다니신다”고 설명했다.
‘곡성’에서 황정민이 맡은 장면 중 눈에 띄는 장면은 아무래도 15분가량 롱테이크로 찍은 굿 신이다. 작품 속에서도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꼽히며 연기하는 배우에게도, 감상하는 관객들에게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긴장감을 무기로 하는 스릴러 장르인 만큼 어설퍼보여도 안 된다. 한 번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관객의 집중력도 흐트러지며 작품의 몰입을 막을 수 있다.
이 역할은 황정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장면. 천하의 황정민도 리허설을 하면서도 걱정이 많았다고. 그는 “어떤 식으로 몸이 움직여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맡기는 거”라며 리허설 당시를 회상했다. 물론 굿에도 순서가 있고, 이는 외워서 숙지할 수 있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연습으로도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
황정민은 무속인 복장을 하고 촬영장에 섰을 때 귀 뒤로 싸한 전율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를 증명한 건 나홍진 감독이었다.
해당 장면에서는 실제 무속인들이 함께 황정민과 굿 ‘연기’를 펼쳤다. 나홍진 감독에 따르면, 당시 함께 했던 무속인들은 황정민에게 실제 굿을 하는 것 같은 호흡을 느꼈다. 또한 나홍진 감독은 그런 황정민이 실제로 신내림을 받았을까봐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무당으로 돌아온 황정민이 펼칠 15분 굿 하이라이트는 ‘곡성’을 보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 besodam@osen.co.kr
[사진] 최규한 dreamer@osen.co.kr, '곡성'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