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101'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Mnet은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로 대한민국의 오디션 열풍을 주도했고, 이후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 등의 힙합 서바이벌로 그 인기를 이어받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거듭되는 시즌으로 시청자는 피로감이 더해졌고, 반복으로 인해 감각도 무뎌졌던 시기다.
그러다가 '프로듀스101'이 갑자가 툭 튀어나왔다. 46개 기획사, 101명의 연습생이라는 설정 자체만으로 시작부터 큰 화제가 됐다. 순위를 매기는 잔인한 설정과 자극성으로 방송 전부터 지적도 많았던 터.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프로듀스101'은 기대와 달리 감동적인 코드도 상당했고, 결국 최종회에서는 4%를 넘어선 시청률로 성공적인 결과물도 내놓았다. 이를 통해 탄생한 아이오아이(I.O.I)도 데뷔 전부터 팬덤이 두텁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연출까지 공을 들였던 Mnet 한동철 국장은, 이제 남자 연습생 버전으로 시즌2를 준비중이다.
-장르는 힙합에서 틀었지만, '프로듀스101'도 결국 또 오디션이었다.
"맞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대단하다. 인구가 5천만인데 아시아의 문화를 좌지우지한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우리를 따라한다. 이 얼마나 대단한가. 21년째 피디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재능있는 연습생들이 많다. 그런데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더라. 좋은 게 있으면 보여주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다. 직업이 피디니깐, 그런 욕구가 프로그램 적으로 발현이 됐다. 정말 수많은 기획사들이, 연습생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들이 지금보다 더 빛을 봤으면 했다. 우리는 촬영이랑 편집을 할 수 있으니 그것을 맡아서 했다. 하지만 한 번도 '프로듀스101'이 우리 프로그램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참여한 기획사들이 만든 프로다. 출연한 연습생들은 모두 그 기획사에 속해있으며, 기획사들은 그저 선뜻 그들을 투입시켜 준 거다. 결과적으로 선발된 11명 역시도, 그 기획사들이 합의한 제작사(YMC엔터)에서 매니지먼트를 맡게 됐다."
-지상파 출연에 대한 제약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프로듀스101'을 통해 선발되서 그렇다는 분위기다.
"얼마전 MBC '무한도전' 정준하 씨가 Mnet '쇼미더머니5'에 예선에 나왔다. '무한도전'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출연이 결정됐다. 우리와 상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막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정준하 씨는 우리의 방침대로 지원서를 냈고 오디션을 봤다. 정해진 룰만 지켜주면 된다. MBC고 '무한도전'이라도 상관이 없다. 마찬가지다. 물론 '무한도전'이야 최고의 프로그램이니, 오히려 홍보적인 측면에서 이득을 본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그것과 별개로, 콘셉트에 맞고 필요하면 프로그램은 받아들이면 된다. 반대로 안 맞으면 안 쓸 수 있다. 지상파는 우리보다 훨씬 좋은 경력과 인프라를 가진 방송국이다. 프로그램 출연을 놓고, (불거진 오해처럼) 그럴 리가 없다고 본다."
-이제 또 '프로듀스101' 시즌2를 제작한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나.
"'프로듀스101'은 시즌제다. 나영석 PD가 시즌제간 기간의 폭이 짧다면, 우리는 1년 정도가 필요하다. 그래도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최대한 빨리 준비하도록 노력중이다. 방송은 빠르면 올해 말, 늦어지면 내년초가 될 것 같다. 캐스팅은 올해 여름쯤 시작되고, 제작은 9~10월쯤이 되지 않을까."
-시즌2는 남자 연습생이 주인공이라 들었다. 사실 남자들의 단체 '픽미'는 보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왜 여자가 아니고 남자인가.
"여자버전이 많이 사랑을 받았으니, 남자버전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시즌1 기획단계부터 요청을 받았다. '프로듀스101' 기획안은 2년 전에 냈다.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들었던 게 '여자는 안 된다. 남자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팬덤을 모으는 프로그램인데, 여자 걸그룹에 팬덤이 많지 않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기획안이 어렵게 통과하고, 기획사 캐스팅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늦기 전에 남자 버전으로 바꾸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그렇게 시즌1의 여자 연습생들의 '프로듀스101'은 힘겹게 탄생했다. 잘난척은 아니지만, 피디만의 자신감이 있었다. 어쨌든 시즌2가 남자버전으로 제작되는 건 충분히 예상된 과정이었다."
-시즌1에서 여자 연습생 101명, 시즌2에서 남자 연습생 101명이다. 시즌3에 나올 인원이 더 있겠나.
"그 걱정이 솔직히 없지는 않다. 이건 모든 오디션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즌이 더해지면서 공통적인 고민이다. 인구 대비, 오디션 참가 인재들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 그러다가 후발주자인 SBS 'K팝스타'가 조금 다른 포맷으로 등장해 성공했다. 자원은 고갈되지만, 그 한정된 자원에 맞게 어떤 식으로든 프로그램 포맷을 변형하면, 고갈된 자원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해결책이 생길 거라고 믿는다. 그 고민은 차후의 일이다. 일단은 '프로듀스101' 시즌2 고민이 우선이다." / gato@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프로듀스101'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