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영화를 다 보지 못했다. 분명 결제까지 마친 영화의 재생 버튼을 눌렀음에도 두 사람은 어느 새 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송혜교는 말한다. "우리가 못 본 그 영화는 해피엔딩이었을까, 새드엔딩이었을까." 이는 '태양의 후예' 속 송송커플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과 같아 더욱 큰 여운을 남겼다.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지난 7일 14회 방송을 무사히 마쳤다. 총상을 입었던 유시진(송중기 분)의 생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을 낼 수 있을지 불안감에 사로잡혔었다. 하지만 만 하루가 지난 뒤 유시진은 슈퍼 히어로급의 부활 능력을 보여주며 모든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
유시진은 이날도 어김없이 '일 잘하는 남자'임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갈수록 로맨스에는 서툰 모습으로 여자친구인 강모연(송혜교 분)을 서운하게 만들었다. 안 친한 친구는 걱정하면서 정작 애인의 마음은 헤아려주지 못한 것. 게다가 부상을 당한 와중에 허락도 없이 외출을 해 강모연의 심기를 건드렸다.
평소에는 농담도 잘하는 유시진이지만 자신의 일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지했고, 또 이 위험천만한 일에 불안함을 느끼는 강모연 앞에서는 가벼워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유시진은 "미안합니다"라고 사과만 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화해를 했고 곧 병실에서 계속 못 보던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이내 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 있었기 때문. 그리고 강모연의 의미심장한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누가 먼저 잠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고단하고 긴 하루였고, 그 사람의 품 속이었다. 그렇게 누워 나는 밤새 반짝였다. 꼭 사랑 받는 여자처럼. 우리가 못 본 그 영화는 해피엔딩이었을까, 새드엔딩이었을까?"라고 하는 이 내레이션은 마치 '태양의 후예'의 결말을 언급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겨 이목을 집중시켰다.
게다가 과거를 회상하는 이 말투는 이후에도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내용과 함께 과거형으로만 표현이 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재난 현장이였던 우르크를 떠나 서울에서는 행복하고 달달한 로맨스를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종영을 2회 앞두고 혹시라도 새드엔딩이 될까봐 걱정어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작전을 떠난 유시진과 심각한 표정을 짓는 강모연 사이, 또 무슨 위기가 이들에게 찾아왔을지 궁금증을 더한다. /parkjy@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