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의 최근 행보는 '훈훈함' 그 자체다. 다소 날이 선 인상이었던 과거와 달리, 연륜이 더해질수록 바깥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재능을 함께 누리고 나누는 데 집중하는 모습. 청소년들과의 합창단을 시작으로 탈북 청년들과 독도 방문, 광복70주년 기념식 음악감독 등이 모두 이 같은 행보의 일부다.
외부 활동과 근래 콘서트까지, 바쁘게 달려온 이승철이 이번에는 한 후배의 '러브콜'에 응답했다. 히트곡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선배를 생각하며 처음으로 쓴 발라드 곡이 마음을 움직였다. 용감한형제는 지난달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자신이 최초로 쓴 발라드 곡을 공개하며 "이승철을 위해서 곡을 썼지만 들려주지도 못했다. 큰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이승철은 방송을 보고 용감한형제에게 연락해 실제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용감한형제는 손담비의 '미쳤어', '토요일 밤에', 애프터스쿨 '너 때문에'와 최근 AOA의 '심쿵해', '짧은치마', '사뿐사뿐'을 작곡한 유명 작곡가. 주로 아이돌 가수들의 댄스곡을 작곡했던 그의 첫 발라드이기에 만든 이나 듣는 이들이나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작곡가의 정성어린 마음에 응답한 이승철의 후배 사랑이 돋보인다. 용감한형제가 아무리 유명한 작곡가라고 해도, 색깔과 맞지 않는 곡을 부를 수는 없는 법. 다행히 용감한형제가 만든 곡은 이승철과도 잘 맞았다. 그는 "멜로디와 가사가 소름끼쳐서 바로 전화를 해서 만났다"고 곡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그렇게 탄생한 곡, '일기장'은 이승철의 기존 노래들과 어울리는 분위기면서도 특별한 가사, 이승철의 보컬을 십분 활용하려고 한듯 한, 드라마틱한 멜로디라인이 인상적인 곡이다. 이승철은 이 노래에 대해 "'말리꽃'보다 어려운 노래"라며 "모든 노래의 테크닉을 집어넣었다.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하시는 친구들에게는 좋은 교본이자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이 노래는 이승철의 딸 이원 양이 열창을 하는 깜찍한 영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30초 가량을 짧은 영상 속에서 이원 양은 아빠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사랑스러움을 과시한다. 애틋한 발라드와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시선이 담겨 노래의 감동이 더 배가된 모습. 이번 노래에 대한 이승철의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일기장'은 선후배의 특별한 만남이 어우러진 마스터피스다. 용감한형제의 첫 발라드에 보컬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이승철의 정성이 대중의 마음에도 합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