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속 송중기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환상종’이라 불린다. 뙤약볕 밑 고된 훈련에도 그을리지조차 않는 뽀얀 피부와 곱상한 얼굴은 차치하고라도, 악당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대담함은 물론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 줄도 안다. 차이고 또 차여도 기어이 열 번 찍어 사랑을 쟁취하는 보기 드문 순정남이기도 하다. 애인의 어깨에 달린 기폭장치를 정확히 쏘아 맞히는 신들린 사격 솜씨와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기적적 회복력은 덤이다.
이 같이 그가 보여 준 멋진 모습은 ‘장르가 송중기’라는 말도 만들 정도다. 그러나 KBS 2TV ‘태양의 후예’ 유시진 캐릭터를 자세히 살펴 보면 그가 좋은 애인, 좋은 군인이라는 믿음이 잠깐 흔들릴 때도 있다.
유시진은 국가 간 대립과 재난으로 뒤범벅된 우르크에서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 명령을 어기고, 아랍 연맹 의장을 살리겠다는 강모연(송혜교 분)을 위해 상부 지시에 불복종한다. 진급 기회와 군인 생명,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한 상황에서도 그랬다. 그야말로 ‘드라마니까’ 가능한 상황이다. 군대라는 조직 내에서 유시진은 좋은 군인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희생 정신과 정석적인 신념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휼륭한 군인의 본보기로 남았음은 분명하다.
좋은 군인과 좋은 애인, 둘을 양립하기 힘듦에도 유시진은 잘 해 왔었다. 초반에는 강모연과 핑크빛 무드가 조성될 때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던 그는, 그럼에도 끊임 없는 구애를 통해 사랑을 쟁취했다. 지진이 덮친 우르크에서도 연애 할 건 다 했다. 그러나 우르크에서의 고군분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유시진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 도착한 유시진은 그토록 애절하게 사랑했던 강모연은 만날 생각도 않고 무박3일 술파티를 벌였다. 겨우 얻은 3박4일 휴가가 달달할 틈 없이 날아갔다. 그런가 하면 지난 8일 방송분에서는 총에 맞아 의식을 잃은 자신 곁을 눈물로 지킨 애인에게 꺼낸 첫 마디가 농담이었다. 게다가 함께 응급실로 실려온 안정준 상위의 안위부터 묻는 무심함까지 보인다. ‘유시진 다운’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를 지켜 보는 강모연의 멘탈은 자가치료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안쓰럽다.
좋은 군인으로서의 유시진은 충분히 보고도 남았으니, 남은 단 2회 동안은 강모연의 좋은 애인 유시진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욕심일까. ‘내 국민’ 강모연이 아닌 ‘내 여자’ 강모연을 지키는 유시진의 로맨틱한 모습을 기대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