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이경규 전성시대다. MBC '무한도전' 패널 출연 이후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 '낚방(낚시 방송)'으로 화제를 모은 그는 이번엔 진솔한 속내를 털어놓는 '속방'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8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나를 돌아봐'에서 이경규는 긴머리에 소탈한 의상을 입고 나와 자연인으로 거듭났다. 실제 산 속에서 거주하는 듯한 비주얼로 눈길을 끌었고 이경규가 아닌 것처럼 굴어 웃음을 자아냈다. 옆에 있던 박명수는 너스레를 떨며 이경규의 설정을 받아줬다.
하지만 이경규의 진가는 억지 웃음을 연출하는 상황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그 속마음을 보여 줄 때 빛이 났다. "유재석이 버릴까 봐 두렵다"는 박명수의 말에 "먼저 버려라"고 말할 정도로 '욱'하는 성격은 여전했지만 속마음은 다른 그였다.
이경규는 "아버지가 뇌출혈 때문에 온 중풍으로 20년간 고생하셨다. 그러다가 재작년에 돌아가셨다. 6.25 참전 용사라 아버지는 지방의 국립묘지에 계신다. 혼자 누워서 눈을 감을 때면 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버지가 계신 곁으로 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뜻밖의 진솔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놀랐다. '버럭'과 '호통'으로 대두되던 이경규에게 가슴 아픈 개인사가 있었다니 짠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관련 기사에 누리꾼들은 "맨날 웃고 개그하는 뒷면에 이런 슬픈 사연이", "시청자도 나를 돌아보게 하는 프로그램"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경규는 송해를 보면서도 아버지를 떠올렸다. 조우종과 셋이 함께 떠난 일본 여행에서 그는 "내가 송 선생님 나이가 됐을 때에도 과연 방송하고 있을까? 저런 감각을 지닐 수 있을까 싶더라. 철저한 자기관리를 배워야겠다. 돌아가신 아버님도 생각이 많이 났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경규는 타인을 통해 나를 돌아본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200% 들어맞았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그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봤다. 자연인 설정에 웃음을, 개인사 고백에 눈물까지 자아낸 이경규다. 바야흐로 '갓 경규'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나를 돌아봐'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