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슬램덩크’, 여자들이라 신선했다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4.09 07: 10

육아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 모든 방송국이 앞다투어 비슷한 소재의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쿡방’도, ‘먹방’도 그랬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시대가 왔다지만, 이 익숙한 풍경이 때로는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도전’ 류의 예능들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이 제시하는 미션과 극한상황이 짝꿍처럼 붙어 다닌다.
여자 예능 부활의 신호탄을 쏜 ‘언니들의 슬램덩크’도 이 같은 도전을 다룬다. 그런 와중에도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식상함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남자 예능 위주로 돌아가던 방송계에 여성으로만 출연진을 꾸린 과감한 시도 덕일 터다.
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는 출연진이 각자의 꿈에 투자하고 도전을 돕는 ‘꿈계’의 시작이 전파를 탔다. KBS에서는 2008년 ‘하이파이브’ 이후로 어언 8년 만의 여성 위주 프로그램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센 언니’ ‘가모장’ 캐릭터의 여자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때문에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눈길만은 제대로 사로잡았다.

‘꿈계’라는 설정을 통해 스타의 화려한 모습 뒤 가려졌던 한 인간의 꿈과 이를 공유할 때의 감동이라는 차별점이 마련됐지만, 막상 진행방식은 여느 ‘도전’류의 예능 프로그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연한 수순처럼 몇몇 유명 프로그램 속 남자 출연진의 도전기들이 시청자들의 뇌리를 스쳐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상기했듯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여자 버전’이어서 더 의미가 큰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진이 전부 여성이라는 점이 화제가 됐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런 프로그램이 매우 드물다는 뜻과 같다. 똑같은 포맷에 등장인물의 성별이 바뀐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되리란 법은 없을진대, 그리도 ‘여자 예능’은 희귀한 것이었다. 물론 유재석 급의 역량을 가진 여자 방송인을 쉽게 찾기 힘들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예능인을 기대할 수 있는 토양조차도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대놓고 여자 예능의 부활을 꿈꾼다며 나선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여섯 명의 스타들이 남녀 구분 없이 예능인으로서 인정받는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은 기존 남성 중심 느와르의 서사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주인공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꿨을 뿐 여성 영화라 부르기는 애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만들어진 느와르 영화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았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앞에도 비슷한 과제가 남았다. 이제 첫 삽을 뜬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타의 귀감이 될 여자 예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언니들의 슬램덩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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