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여자 예능의 부활을 꿈꾸며 야심차게 시청자들 앞에 첫 선을 보였다. 현재 고정 프로그램만 8개를 하고 있다는 ‘대세’ 김숙도 “마음 속 1위인 프로그램”이라며 추어올릴 만큼 멋지게 빠진 예능이었다.
지난 8일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첫 방송됐다. 제목만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는 같은 방송국의 ‘우리동네 예체능’ 같은 스포츠 예능이 연상됐던 것도 사실이다. 익숙지 않은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출연진 개인의 마음 속에 품었던 꿈을 끄집어 낸다는 점에서 여타 도전하는 예능과 차별화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못해도 십년 이상을 고군분투했던 스타들이 뭉쳤다. 방송인 김숙과 홍진경, 배우 라미란과 민효린, 가수 제시와 티파니 등이 그 주인공이다. 연예계에 발을 들이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도 있고, 고생에 고생을 거듭하다 최근에야 빛을 본 이도 있다. 이 여섯 사람이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만은 꿈 많던 시절로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됐다. 제작진이 만들어 낸 미션이 아니라, 출연진이 한 인간으로서 꼭 이루고 싶었던 소원들이 이 프로그램의 소재다.
대강 ‘핫한’ 여자 연예인들을 성의 없이 섭외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섯 ‘언니들’의 면면을 훑어보면 이 같은 의심이 뭉클함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터다. 공통적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처음 사회에 발을 들이며 부와 명예를 얻었을 지 몰라도 외려 삶의 순간 순간 피어난 작은 꿈들을 쉽사리 이루지 못했을 이들이다. 때문에 가슴 곳곳에 뚫려 있을 빈틈들을 채우고 싶어하는 이들의 모습은 공감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날 방송에서 여섯 사람은 입을 모아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기획 의도를 출연 계기로 꼽았다. 삶에 지친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고 있던 꿈을 향한 도전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 치솟는 인기에 고정 프로그램 8개를 하고 있으며 광고는 20개가 들어왔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한 김숙은 “거짓말 안 보태고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마음 속 1위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기장이나 졸업 사진 밑에 조그만 글씨로 적혀 있을 이들의 장래희망이 이뤄지는 감동적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방송 중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던 마크 트웨인의 말이 떠오른다. “20년 뒤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더 실망할 것이다”. 아직은 첫 만남의 서툼과 어색함이 있을지 몰라도, 그보다 이들의 도전기에 기대감이 앞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언니들의 슬램덩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