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무한도전'이란 그런 곳이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 현실이 돼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라면 어떤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
유재석은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김태호PD의 '헬기 몰카'에 깜빡 속아, 4000미터 상공에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점잖은 국민 MC의 입에서 "너희 미쳤느냐"는 다급한 말이 나올 정도니, 급하기는 매우 급했던 것이 분명하다.
이날 김태호PD는 한 편의 멋진 반전극을 만들었다. 오감 테스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세 사람 중 첫 타킷으로 유재석을 택한 그는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처럼 속여 유재석을 진짜 헬기에 태웠다.
이미 가짜 헬기를 타고 한 번 당했던 유재석은 진짜 헬기를 탔음에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제작진의 연출 능력에 감탄만 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유재석의 의심이 시작된 지점은 스카이다이빙을 하겠다는 말이 뒤에서 들려 오면서였다. "설마 뛰어내리는 것까지는 아니지?"라고 수상쩍어 했던 그는 안대를 뺐고, 곧 자신이 진짜 헬기를 타고 상공에 있음을 알게 됐다.
이에 뒤에서 유재석의 스카이다이빙을 몰아가던 조교는 "강하를 준비하자"고 말했고, 기겁하던 유재석은 "제가 다음에 스카이다이빙을 하겠다"고 설득했다. 결국 헬기를 타고 땅에 내려온 그는 김태호PD에게 달려들었고, 김태호PD는 "운이 좋았다. 원래 문을 열려고 했는데 기장님이 도저히 안 된대서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줬다.
그 뿐만 아니라, 김태호PD는 또 하나의 기회를 놓지지 않았다. "약속 하셨다. 다음에 스카이다이빙 하러 오겠다고"라고 유재석의 약속을 언급한 것. 이는 농담이었지만 김PD의 전적을 볼 때 완전히 방심할 수 없는 말인 것도 맞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했던 약속들은 필요한 때가 되면 '무한도전' 제작진이 웃음을 위해 꺼내는 회심의 카드로 사용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과연 유재석의 스카이다이빙 약속은 진짜로 이뤄질 날이 올까? 물론 매우 위험할 수 있기에 유재석 본인의 적극적인 동참이 없다면 어려울 일일 것이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깨알같이 유재석의 약속을 기억해 언급하는 김태호PD의 센스가 앞으로의 방송에 활기를 더해줄 것이란 점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