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으로 이별했던 남녀가, 포스트잇으로 키스했다. '아이가 다섯'에서 지루한 밀당으로 안방 시청자를 답답하게 했던 이진태(안재욱 분)와 안미정(소유진 분)의 얘기다. '고구마 커플'이 변했다.
9일 오후 방송된 주말드라마 KBS 2TV '아이가 다섯'(연출 김정규 극본 정현정)에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진한 키스를 나누는 이진태 안미정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죽은 아내를 향한 죄책감에 안미정과 거리를 두던 이진태는 아버지의 조언에 꽁꽁 닫힌 마음의 자물쇠를 열었다.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할 용기가 생긴 것.
하지만 이미 냉랭해진 이진태의 모습에 안미정은 상처받은 뒤였다. 이진태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안미정은 그를 피해 다니기 일쑤였고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이진태를 이상하게 여겼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두 사람의 '밀당'에도 봄날은 왔다. 어김없이 이진태를 피해 퇴근 후 홀로 비빔밥에 소주를 곁들이던 안미정을 이진태가 발견한 거다.
초라한 그의 모습에 이진태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기로 했다. 서로를 가로막은 식당 유리에 노란색 포스트잇을 붙인 뒤 사라진 묘한 눈빛을 보낸 이진태.
그가 남겨둔 포스트잇 안에는 '거리를 두자'라는 손글씨가 쓰여 있었다. 안미정이 자신의 컴퓨터 앞에 붙여둔 메모였다.
포스트잇을 계기로 두 사람은 어색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진심도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포인트는 이진태의 기습 키스. 두 사람 위로 조용히 떨어지는 벚꽃이 '돌싱 커플'의 봄날을 예감케 했다.
결혼에 한차례 실패한 경험을 가진 이들의 두 번째 사랑을 현실감 있게 녹여낸 KBS 2TV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은 KBS 주말극의 명맥을 이어가며 부동의 1위를 유지 중이다. 남녀의 사랑 뿐 아니라 주위 가족들의 이야기도 섬세하게 담아내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에 가능했던 결과.
이진태 안미정 커플의 포스트잇 활용법은 지극히 아날로그였다. 덕분에 촌스러웠고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내공까지 더해져 또 한번 깊은 여운을 남겼다. /sjy0401@osen.co.kr
[사진] KBS 2TV '아이가 다섯'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