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 정상을 지키며 소위 ‘갓경규’라 불리는 이경규가 ‘마리텔’에서 낚시방송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회 ‘눕는 방송’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다. 그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를 가볍지만 재미있게 풀어내며 웃음을 선물한 것이다. 피곤하면 쉬고, 인내의 과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 사람들과의 신뢰를 지켜야한다는 인간상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후반전에서 이경규는 남은 시간까지 물고기 스무 마리를 잡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낚시 바늘이 자꾸 물속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려 부러졌기 때문. 또 붕어찜을 만드느라 시간을 허비해 초조해 보였다.
이후 이경규는 입수를 피하기 위해 낚시에 ‘초집중’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채팅창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질문에 답하며 편안하게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막말, 짜증, 두려움, 호통을 통해 웃음을 주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방송 초반 “오늘 스무 마리를 잡지 못하면 입수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18마리만 잡아 입수 공약을 지키며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안겼다.
예능 대부로 자리 잡은 이경규는 방송 경험과 연륜이 쌓여 나름의 주관을 갖고 제작진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 그런 그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과연 어떤 코미디를 보여줄지 기대가 높았다.
첫 출연에서는 새끼 강아지들을 돌보는 일상 방송을 보여주더니, 두 번째 출연에서는 자신의 취미인 낚시를 통해 시선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순간적인 기지로 웃음을 유발하는 그만의 코미디가 ‘마리텔’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데뷔 35년을 맞은 이경규의 개그 철학은 연마를 통한 정형화된 개그보다는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화자찬을 일삼는 그의 너스레가 큰 웃음을 안긴다. 어디서든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이경규는 전천후 개그맨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마리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