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의 멱살은 이쯤 되면 ‘국민 멱살’로 불러도 될 듯 하다. 그가 또 다시 멤버들을 골탕 먹였다가 멱살을 잡히고 말았다. 대한민국 예능 흐름을 선도하는 ‘무한도전’의 수장인 김태호 PD는 매번 양아치라는 어떻게 보면 욕설에 가까운 힐난을 당하기도, 멱살을 잡히는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멤버들을 놀려대며 웃음을 형성한다. 무려 11년간 해왔던 방식이지만 볼 때마다 웃음이 터지는 ‘베스트셀러 아이템’이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유재석이 또 다시 김태호 PD에게 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일주일 전 갑작스럽게 헬기를 탄 후 극한의 공포에 시달렸던 멤버들. 사실 헬기가 아닌 제작진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승합차였고 무서움에 벌벌 떨던 멤버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에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멱살을 잡거나 분노를 표출했다.
일주일 후 방송이었던 9일 방송은 반전의 몰래카메라가 또 있었다. 좀 더 진짜 같이 헬기 조작 승합차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진짜 헬기를 태운 것. 유재석은 자신이 실제 헬기를 타고 하늘 위에 떠있다는 것을 알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리고 김태호 PD는 웃음을 꾹꾹 참아가며 연기자 못지않게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몰래카메라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유재석이 또 다시 분통을 터뜨린 것은 당연지사. 심지어 김태호 PD는 유재석의 스카이다이빙 약속까지 받아냈다.
지난 11년간 우리가 숱하게 봐왔던 장면이었다. 멤버들은 그토록 당하면서도 매번 기발하게 또 속이는 제작진의 덫에 빠지곤 한다. 11년간 쌓아온 불신은 몰래카메라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더욱 큰 분노로 다가오는 법. 지난 해 10주년 포상 휴가인 줄 알고 떠났다가 극한의 업무를 하게 된 멤버들의 짜증 표출처럼 말이다. 더 이상 당할 수도 없을 것 같지만 멤버들이 조금만 방심하면, 제작진이 치고올라온다. 이미 하도 당해 제작진의 수법을 알 법도 하지만 긴가민가하면서 또 당하게 되고 시청자들은 멤버들과 제작진의 속고 속이는 기싸움을 보는 재미가 있다.
방송 초반 모르고 당했다면 장수 프로그램인 까닭에 이제는 의심이 많아진 멤버들. 제작진은 속이고 또 속이는 반전을 준비해 멤버들의 뒤통수를 거하게 치고 있다. 의리만큼이나 웃음을 위한 불신까지 가득하기에 이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연기 대결은 안방극장을 웃음 짓게 하고 있다. 제작진과 멤버들의 대결 구도가 11년간 방송되며 하나의 캐릭터 싸움이자 웃음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된 것.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멤버들을 속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속일 때마다 악마 같이 웃음 짓는 예능 캐릭터를 구축했다. 멤버들은 좀 더 심하게 발끈하며 제작진과의 갈등을 증폭시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배려의 아이콘인 유재석이 김태호 PD의 멱살을 잡거나, 정준하가 김태호 PD를 향해 양아치라고 몰아세우는 것 역시 시청자들이 실제로 이들이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의리에서 비롯된 배신과 불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11년간 질리도록 본 ‘무한도전’의 자가 복제일 수도 있겠지만, 익숙해서 재밌고 그 속에서 반전을 만들어내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는 순간이 매번 펼쳐지는 중이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