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속았다. 11년째 속고 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11년째 속아도 웃긴, '무한도전'이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김태호 PD에게 제대로 속아 넘어간 유재석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앞서 헬리콥터에 탄 척, 그리고 스카이 다이빙을 해야 하는 척 멤버들은 속인 김태호 PD는 이번엔 그 심리를 역으로 이용했다. 유재석에게 다른 멤버들을 속이기 위해 도움을 달라며 다시 한 번 안대로 눈을 가리고 승합차에 그를 태우는 척 했다.
예전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실제 헬리콥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에 유재석은 "이번엔 진짜 같다. 이 정도면 속을 것 같다"면서 흥분했지만 사실 유재석은 진짜 헬리콥터에 몸을 실은 뒤였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안 뒤 유재석이 외친 한 마디는 이거였다. "11년째 당하네". 그랬다. 유재석은 11년째 '무한도전'을 해왔고 11년째 김태호 PD에게 매번 속아넘어갔다.
'무한도전'의 속고 속이기 11년 역사는 사실 새삼스럽지도 않다. 가장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김태호 PD의 기가막힌 몰래카메라는 아마도 무인도 특집일 것.
'무한도전'의 레전드 특집으로도 손꼽히는 무인도 특집은 당시 멤버들에게 포상휴가인 척 말을 흘린 김태호 PD의 '계략' 덕분이었다. 물론 김태호 PD는 "나는 포상휴가라고 말한 적 없다"고 항변(?)했지만 멤버들은 오프닝 당시부터 "포상휴가를 가게 됐습니다"라는 들뜬 분위기로 녹화를 시작해왔었다. 결말은 사람 한 명 없는 무인도.
방콕 특집도 '무한도전'의 몰래 카메라 중 하나. 방콕에 간다는 제작진의 말에 멤버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목베개는 물론, 환전까지 하며 태국행을 준비했지만 결국 이들이 한 것은 서울 어딘가에서 '방콕'을 하는 것이었다.
해외편 극한 알바 역시 김태호 PD에게 제대로 속아넘어간 멤버들의 모습이 큰 웃음을 선사했다. 10주년 포상휴가는 '무한도전'의 5대 기획 중 하나였기에 멤버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태국 공항에서 발이 묶였다. 해외편 극한 알바 특집을 준비했던 김태호 PD 덕분이었다. 박명수와 정준하는 아프리카로 건너가 코끼리들을 돌봤고 정형돈과 하하는 중국에서 가마꾼으로 일을 해야 했으며 유재석과 광희는 인도에서 허리가 부서져라 빨래를 해야했다.
몇몇 굵직굵직한 몰래 카메라 등만 꼽았을 뿐, 사실 11년 동안 '무한도전'이 선보인 깜찍(?)한 몰래 카메라는 수도 없이 많다. 매번 속으면서도,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야?"라는 의심을 함에도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김태호 PD의 치밀함은 '무한도전' 웃음의 큰 포인트.
그리고 그 치밀함 속에 넘어가 매번 분노하고 울부짖는, 하지만 또 다른 멤버 속이기에 신이 나 싱글벙글 웃는 멤버들의 모습 역시 '무한도전'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이다.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