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도 극장가에는 ‘브로맨스’가 큰 인기를 끌어왔다. 그런데 봄이 완연한 4월 스크린에는 이에 대항하는 ‘워맨스’가 등장했다. 바로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 13일 개봉)를 통해서다.
워맨스는 워먼(Woman)과 로맨스(Romance)를 합친 신조어. 흔히 ‘남남케미’라고 일컫는 브로맨스(Brother+Romance)의 반대말이라고 보면 된다. ‘해어화’에서는 배우 한효주와 천우희가 워맨스의 절정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의지하는 하나밖에 없는 친구로 출연하는 것. 이들은 기생학교에서 동고동락하며 예인이라는 꿈을 향해 함께 나아간다.
한효주는 일제강점기 경성 제일의 대성권번에서도 가장 정가 실력이 좋은 정소율 역으로 출연했다. 소율은 명창이었던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아 타고난 소리꾼으로 누구나 예상했듯 일품기생으로 성장한다. 그에게는 천재 작곡가 김윤우(유연석 분)라는 정인도 있다. 어려서부터 권번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그밖에 세상은 알지 못하는 순수했던 캐릭터다.
소율이 경성 최고의 예인이 되기 위해 실력을 쌓아가던 어느 날 권번에는 한 어린 소녀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팔려온다. 그저 노래하는 걸 좋아했던 소녀, 서연희는 천우희가 연기했다. 날이 서있던 연희를 보듬어준 건 소율. 두 소녀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서로의 반쪽이 된다.
윤우로 인해 균열이 생기기 전까지 두 소녀의 모습은 스크린으로 기록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 시절 소율과 연희의 모습은 마치 봄을 상징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인위적인 조명 아닌 자연광 느낌이 가득하며, 화사하지만 화려하지는 않은 색감의 한복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간이 흐른 뒤 소율이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 걸”이라는 회한 섞인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글프도록 아름다운 모습들이 이어진다.
이를 연기한 한효주, 천우희도 실제로 동갑내기 친구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멜로 영화였던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한 차례 만났던 사이. 또래들과 작업하다 보니 유난히 촬영 현장은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이다. 제작발표회, 언론시사회, 네이버 무비토크 등 공식석상에서의 모습도 마치 영화 속 초반 소율과 연희의 모습처럼 실제로도 ‘케미스트리’(조합)가 빛났다.
멜로만큼이나 눈에 띄는 ‘해어화’ 속 두 여배우의 워맨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서도 오연서와 이하늬가 워맨스로 사랑을 받고 있는 바. 이 흐름은 여배우들이 전면에 나서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여배우들의 활약으로 앞으로 문화 콘텐츠에 워맨스 열풍이 불지 귀추가 주목된다. / besodam@osen.co.kr
[사진] '해어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