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해어화'(박흥식 감독)가 그리는 멜로는 그야 말로 '치명적'이다. 세 남녀의 삼각관계는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서로를 향해 독이 돼버리고, 파멸을 향해 가는 느낌이다. 또 예쁘고 천진난만 했던 시작부터 비극적인 느낌이 강해지는 절정, 교훈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반전이기도 한 엔딩까지, 이 영화가 그려내는 감정의 스펙
트럼은 의외로 다채롭다.
이처럼 영화가 다채로운 감정들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캐릭터를 잘 살려낸 배우들의 공이 크다.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경성 제일의 기생 학교 대성권번에서 어린시절부터 우정을 키워 온 두 기생 소율(한효주 분)과 연희(천우희 분),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유연석 분)의 사랑과 예술에 대한 열정, 집착을 그리는 작품이다. 함께 최고의 예인이 되는 것을 꿈꿨던 소율과 연희는 노래로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원하는 작곡가 윤우를 통해 새로운 열정을 갖게 되고, 윤우의 곡 '조선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엇갈린 선택을 하게 된다.
한효주는 순수했던 소녀에서 팜므파탈이 돼 가는 소율로, 천우희는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로, 유연석은 당대 최고 예술가로 분해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일견 치정극처럼 보이는 '해어화' 속 인물은 그 누구도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각기 자신을 위해 어떤 선택들을 할 뿐이다. 다만, 그 선택에 치명적인 대
가가 따라 고통을 얻게 된다. 여기서는 이처럼 '치명적'인 사랑을 할 수밖에 없었던 세 남녀의 매력포인트를 정리해봤다.
◆ 정소율(한효주 분)
직업: 대성권번 기생이자 선생 산월(장영남 분)의 외동딸
매력&무기: 꽃 같은 미모와 비단결 같은 마음씨가 매력이다. 어린시절 아버지 손에 끌려 팔려 온 서연희를 보고, 함께 기생이 되게 해주겠다며 먼저 손을 뻗었고 소율의 이처럼 예쁜 마음씨 때문에 둘은 단짝이 됐다. 정가를 부르는 소율의 모습은 청초하면서도 기품이 넘친다. 또 그의 정가 솜씨는 예술적 조예가 깊은 경무국장 히라타 기요시(박성웅 분)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탁월하다. 그 뿐인가? 어린 시절부터 정인으로 만나 온 윤우(유연석 분) 오라버니에 대한 순정은 눈이부실 정도다.
단점: 윤우 오라버니를 향한 너무 깊은 사랑 혹은 집착.
◆ 김윤우(유연석 분)
직업: 당대 최고의 작곡가. '최치림'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매력&무기: 비운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자유로운 마인드의 인물. 당시 아무나 갈 수 없었던 일본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부잣집 아들이지만, 일본을 위해 일하기 보다 서글픈 민중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 작곡가의 길을 택한다. 작곡 실력은 천재적이다. 당대 최고 가수인 이난영(차지연 분)과는 누이, 동생 할 정도로 절친하다. 예술적 기질이 다분하면서도 다정하고 자상한 성격을 갖고 있어 매력적이다.
단점: 자유로운 예술가의 마인드. 의도치 않게 여성들의 마음을 흔든다.
◆ 서연희(천우희 분)
직업: 대성권번 기생
매력&무기: 연희의 목소리는 단 한 번 들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깊은 감동을 줄 정도로 아름답다. 소율과 함께 최고의 예인이 되고자 했지만, 그토록 좋아하던 이난영을 직접 만나게 되고, 또 윤우를 만나면서 새로운 꿈을 갖게 된다. 청초한 외모와 다르게 직설적이고 털털한 성격인데, 이런 성격이 소율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며, 새로운 길을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사람들의 시선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몰입한다.
단점: 눈치 마이너스 9단.
/eujenej@osen.co.kr
[사진] '해어화' 포스터,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