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결혼계약’은 대놓고 촌스러운 신파를 다룬다. 아픈 여주인공이 존재하고, 성격 더러운 재벌 2세가 튀어나와 절절한 사랑을 한다. 1990년대에 쏟아졌던, 극적인 심지어 아픈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이서진과 유이의 가슴 미어지는 사랑을 보며 눈물을 짓고 흥미를 갖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이 승승장구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종영까지 단 4회만 남은 이 드라마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놓칠 수 없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야기는 새로울 게 없다. 찢어지게 가난한 강혜수(유이 분)는 딸과 알콩달콩 살 수 있는 집 한 칸만 있으면 소원이 없는 여자고, 혼외자식인 한지훈(이서진 분)은 혜수를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 혜수는 뇌종양으로 하루 하루가 고통이고, 지난 10일 방송된 12회에서 지훈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며 옆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치료를 시작한 혜수는 기억력 감퇴와 구토로 안쓰러운 상황. 두 남녀는 매회 눈물을 지으며 험난한 사랑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인데, 안방극장은 지훈과 혜수의 행복을 바라며 이들의 눈물에 함께 아파하고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인물의 감정선을 먹먹하게 전달하는 정유경 작가, 이 같은 감정선을 여운 있게 정밀하게 연출하는 김진민 PD가 그야말로 ‘열일(열심히 일하는)’하고 있다.
초반 다소 불안했던 배우들의 연기 역시 중반 이후 안정을 찾고 있다. 이서진과 유이는 각각 까칠하지만 정이 있는 남자 지훈과 이보다 더 시련을 겪을 수 없는 불쌍한 여자 혜수로 완벽하게 분해 제작진이 깔아놓은 멍석에서 잘 뛰어놀고 있다. 나이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두 사람의 다소 불안정했던 초반 호흡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꽤나 괜찮은 조합으로 바뀌었다. 흔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배우들이 몰입해서 연기를 하고, 제작진이 흡인력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니 드라마의 재미는 높아진다.
두 사람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 최루성 신파. 1~2회를 놓쳐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편안한 이야기 구조는 뒤늦게 출발한 시청자들까지 쉽게 끌어들이고 있다. 중독성이 강해서 뒷 이야기가 보고 싶기도 하는 마력도 있다. ‘결혼계약’은 MBC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이병훈 PD의 ‘옥중화’의 제작이 지연되면서 급하게 편성된 드라마. 허나 결과물은 전혀 ‘땜빵 드라마’ 같지 않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결혼계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