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BASE] 그들에겐 '투혼'이 아닌 '배려'가 필요하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4.11 09: 10

 올 시즌을 앞두고 병마, 재활을 딛고 일어선 감동의 드라마 주인공이 많다. LG 정현욱(38)은 위암 수술을 받고 1년 이상 재활을 거쳐 시범경기에 등판했다. 지난해 대장암 수술을 받은 NC 원종현(29)도 올해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고 2군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KIA의 곽정철(30)과 한기주(29)는 수 년간의 재활, 수술을 거쳐 올해 복귀했다.
병마와 재활을 이긴 선수들의 복귀, 스포츠에서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그러나 복귀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앞으로 많은 시간, 재활과 병마로 싸운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건강하게'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 그들의 목표일 것이다.
곽정철은 지난 2일 마산 NC전에서 1765일만에 1군 경기에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김기태 감독은 다음날 곽정철의 활용도에 대해 "시범경기에서 연투를 했지만, 아직까지 조심스럽다"고 했다. 마무리가 없는 팀내 상황, 하지만 김 감독은 9차례 수술을 하고 5년 동안 재활을 한 곽정철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다.

재활 선수는 그동안 아쉬움과 눈물로 보낸 시간이 오죽 했으리라. 남들처럼 팬들이 가득 찬 경기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의 크기는 잴 수 없을 것이다. 곽정철은 "포기하고 싶을 때 야구장을 찾아 팬들 앞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며 마음을 다 잡았다"고 했다.
오랜 시간을 돌아서 복귀한 선수들은 의욕이 넘칠 것이다. 선수는 마운드에 오른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의연하다해도 몸은 절로 느끼기 마련이다. 이럴 때 더 조심해야 한다. 불꽃처럼 확 타올랐다가 다시 시련의 시간을 겪어서는 안 된다. 눈앞의 성적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을 봐야 한다.
그런데 10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2세이브를 올리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던 곽정철이 오른 손가락 혈행장애(특정 부위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증상)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다시 아픔과 싸우게 됐다. 이미 힘든 재활을 겪어낸 그가 이번에도 건강하게 회복해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암 수술을 받고 나면 근육이 감소, 근력이 약해진다. 체중도 10~20kg 가량 빠져 몸이 핼쑥해진다. 양상문 LG 감독은 정현욱의 1군 복귀 시점을 5월로 잡았다. "체력이나 공 스피드가 아직 부족하다"는 견해다. 2개월 정도 더 훈련을 통해 기력도 회복하고, 과거만큼은 아니겠지만 140km 중반으로 공 스피드도 끌어올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경문 NC 감독은 원종현의 복귀 시점을 아예 늦춰버렸다. 원종현은 대만 2군 캠프에서 140km를 던졌다고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원종현에게 '후반기 복귀'로 시간을 정해줬다. 눈 앞의 작은 것이 목표가 아닌 더 먼 미래를 보는 것, 김경문 감독다운 생각이었다. 선수를 위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복귀를 준비하거나, 복귀한 이들에게 '투혼'보다는 '배려'가 필요하다.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부담주지 않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팬들도 그들의 성적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묵묵히 격려해주길 바란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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