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진구오빠'다. 깊이가 다른 눈빛과 중저음 목소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여진구의 여심 사냥은 이제 시작이다.
여진구는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에서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 역을 맡아 남다른 연기 내공을 뽐내고 있다. 타고난 왕골의 성정이지만 발톱을 감춘 채 망나니 한량이 되어 살아야 하는 아픈 많은 인물의 심정을 섬세하게 연기해내고 있는 것.
특히 지난 11일 방송된 5회에서 여진구는 아버지인 숙종(최민수 분)과 끊임없이 대립해야 하는 이인좌(전광렬 분) 사이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대방출 했다. 연잉군은 숙종에게 대사헌 감찰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숙종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냈다. 그가 언급한 백개의 눈과 천개의 귀를 가진 괴물에 대해 "소자의 입에도 담을 수 없다. 그 괴물이 아바마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헌부 감찰권을 내리는 숙종에게 "아바마마의 기대에 부흥하겠나이다"라고 자신의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런 후 그는 화를 내는 어머니 숙빈 최씨(윤진서 분)에게 더 이상 얻을 것 없는 망나니 짓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두 장면은 여진구가 얼마나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분명 길지 않은 장면이었음에도 그는 눈빛과 표정, 강단이 느껴지는 목소리 속에 연잉군이 느꼈을 여러가지 극한의 감정들을 모두 다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는 이인좌와의 대립 뿐만 아니라 담서(임지연 분)을 향해 전한 "할 수만 있다면 난 다 버리고 떠났을거다"라는 말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시청자들을 TV 앞에 끌어당기는 놀라운 흡인력의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이미 MBC '해를 품은 달'과 '보고싶다'를 통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진구 오빠'라는 애칭을 얻은 바 있는 여진구에게 이번 '대박'은 스무살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출연하게 된 작품이라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아역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생기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여진구는 이를 보란듯이 이겨냈고, 더 성숙해진 연기 내공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는 진짜 '진구오빠'라 불러도 좋을, 여진구의 연잉군이 더욱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 /parkjy@osen.co.kr
[사진]'대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