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은 이런 맛에 본다. 주인공이 더 처절하게 바닥까지 내려갈수록 다시 올라올 짜릿한 반전을 기대하며 말이다. 본격적으로 복수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몬스터’ 강지환이 선사할 ‘사이다’ 한 방을 기대하게 된다.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주성우)에서는 ‘금수저’로 태어난 이국철(강지환 분)이 한순간에 모든 걸 잃고, 자신을 나락을 빠뜨린 이모부 변일재(정보석 분)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는다.
주인공이 겪는 수모가 독하면 독할수록 뒤에 따라올 복수는 더욱 통쾌해진다. 악인에게 시종일관 당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인내하고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되는 것도 다 복수를 보기 위함이 아닌가.
‘몬스터’에서 강지환은 금수저 도련님의 모습을 지우고 노숙자가 됐다. 잘생긴 얼굴은 온통 흙투성이가 됐고, 지하철에서 돈을 구걸하면서 사는 삶을 처절하게 표현했다. 심지어 개밥을 뺏어먹는 충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며 열연을 펼쳤다. 이때 실제로 강아지가 쓰는 밥그릇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더욱 놀라움을 줬다.
복수에는 의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나 모든 것을 잃은 이국철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필요했다. 옥채령(이엘 분)을 만나 강기탄이라는 새 이름과 새 얼굴로 살게 되면서 복수의 서막을 울렸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지 않았나. 변일재는 달라진 국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고, 앞으로 바로 턱밑에서부터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될 날들이 예고돼 있다.
동시에 그저 그런 복수극으로 만들지 않은 건 강지환의 연기력이 한몫했다. 목이 턱 막힌 것 같다는 뜻으로 쓰이는 ‘고구마’스러울 수 있는 복수극을 강지환은 특유의 유쾌함을 더해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한 것. 이 과정에서는 오수연 역을 맡은 성유리와의 코믹하면서도 달달한 케미스트리(조합)가 빛을 발하고 있다.
그래서 복수라는 비장함에 유쾌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강지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이다. ‘쾌도 홍길동’, ‘경성 스캔들’, ‘7급 공무원’ 등 그가 앞서 선보였던 작품에서도 한 작품이지만 여러 감정을 오가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던 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캐릭터일수록 더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몬스터’에서도 강지환만의 스펙트럼 넓은 연기가 장점으로 발휘되고 있다. 그가 그려나갈 사이다 복수를 즐겁게 기다릴 수 있는 이유다. / besodam@osen.co.kr
[사진] '몬스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