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어화'(박흥식 감독)는 두 여자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입니다. 남자 영화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충무로에서 우직하게 두 여자를 중심으로 풀어간 시나리오의 특별함은 주인공 한효주, 천우희의 매력으로 인해 더 돋보입니다. 두 배우의 매력은 각기 다릅니다. 극중 한효주가 요정 같은 발랄함으로 '뮤즈'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천우희는 청초하면서도 진중한 모습으로 여성스러움을 발산하죠.
배우로서 두 사람이 가진 매력과 무기도 다릅니다. 한효주가 드라마에서부터 차근차근 여주인공의 아우라를 쌓아왔다면, 천우희는 영화 속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먼저 주목을 받은 배우죠. 그래서 정리해봤습니다. 두 여배우의 전력 비교 분석!
▲한효주, 미모도 연기도 퍼펙트 A+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그랬듯, '해어화' 역시 한효주의 눈부신 미모가 먼저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조선 최고의 기생 훈련소 대성권번의 수장 산월(장영남 분)의 딸 소율이에요. 소율은 어머니를 따라 이제 막 최고의 성적으로 기생이 된 천진난만하고 예쁜 소녀죠.
소율이 꿈꾸는 기생이라는 직업은 '성을 파는 여성'보다는 '예인'(예술가)에 가까워요. 소율의 특기는 정가인데, 한효주는 정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약 4개월 가량 연습에 매진했다고 해요.
소율은 오랫동안 정인으로 생각해 온 윤우(유연석 분) 오라버니를 마음을 다해 사랑합니다. '조선의 마음'을 지어 일제의 수탈에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로하겠다는 윤우의 꿈을 함께 꾸고, 그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자 하죠. 그러나 대성권번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절친한 친구 연희(천우희 분)가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당대 최고 가수 이난영의 인정을 받으면서 소율의 방황이 시작됩니다. 거기에 윤우까지 연희의 재능을 높이 사 그를 가수로 데뷔시킬 준비를 하니 소율의 점점 더 불안해지는 마음은 감출 길이 없게 되죠.
한효주는 감정적 진폭이 큰 소율의 캐릭터를 깊이있게 표현해 냅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한효주의 '원맨쇼'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해어화' 속 매력은 도드라집니다. 오랜 시간 연습으로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정가 실력은 영화로의 몰입을 돕습니다. '흑화'된 그의 모습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 속 이영애가 떠오를 정도로 흡인력있고 아름답습니다.
예쁜 여배우들은 종종 연기면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효주는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이 같은 선입견을 불식시켜 왔어요. '반창꼬'(2012)에서는 매력적인 여자주인공으로 인상적인 멜로 연기를 보였고, '감시자들'(2013)에서는 천재적인 기억력과 관찰력의 소유자 하윤주 역으로 설경구, 정우성 등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죠.
'쎄시봉'(2015)은 또 어떤가요. 모든 남자들을 사로잡는 음악가들의 뮤즈, 민자영 역을 한효주 말고 또 누가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을까요? '뷰티 인사이드'(2015)에서는 한효주의 매력이 절정에 다다랐습니다.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여자 홍이수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했죠.
여배우의 입지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는 충무로에서 한효주의 위상은 주목할 만 합니다. 여배우로서 이제 막 30대에 입성한 그는 시간이 갈수록 관록을 더하며 '톱여배우'의 이름을 공고히 할 예정입니다.
▲천우희 is 뭔들, 천의 얼굴 변천사
배우에게는 ‘배역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이라는 말보다 더 듣기 좋은 칭찬이 또 있을까요. 그렇다면 배우 천우희에게는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가 그런 칭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충무로에서 천우희의 등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영화 ‘마더’(2009)에서 진태(진구 분) 여자친구 미나를 기억하시나요? 비중은 적었으나 인상은 강렬했던 캐릭터였죠. 그런데 미나는 소위 천우희가 뜬 이후에 가서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당시 ‘천우희가 진구 여자친구였어?’라던 놀라운 반응이었죠. 그만큼 배우보다 먼저 캐릭터를 각인시켰던 천우희입니다.
이후 천우희는 ‘써니’(2011)에서 상미로 주목을 받으면서 충무로에서 주목할 신예 여배우로 떠올랐어요. 껄렁껄렁한 ‘일진’ 연기도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고요. 그 당시만 해도 천우희는 정말 소실적 껌 좀 씹어본 언니 같았으니까요.
강렬한 한방은 아직 더 남아있습니다. 바로 ‘한공주’(2013)입니다. 청룡의 여인으로 만든 이 작품에서 천우희는 집단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한공주 역을 연기했습니다. 건조한 눈빛과 말투로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던 그녀의 모습은 오열하는 것보다 더욱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어요.
충무로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천우희는 남다른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배역의 비중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구축합니다. ‘카트’(2014)에서는 번번이 취직에 실패하는 취업준비생 미진을 연기했고요, ‘손님’(2015)에서는 과부이자 강압에 못 이겨 무당이 된 미숙으로 살았습니다. 무려 17살 차이의 류승룡과의 애틋한 러브라인도 척척 해냈죠.
그러더니 ‘여여케미’도 해냅니다. ‘뷰티 인사이드’(2015)에서 수많은 우진 중 한 명을 맡아 이수(한효주 분)와 관계를 진척해나가는 중추적인 신을 담당했죠. 엔딩에서는 ‘뽀뽀신’까지 선보였는데, 대단한 연기 열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효주와는 올해 ‘해어화’(4월 13일 개봉)를 통해 다시 만났습니다. 극중 두 사람은 함께 예인의 길로 걸어 나가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지금까지 천우희는 작품에서 단벌로 출연한 것은 물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인데요. ‘해어화’에서는 지금까지 모습 중 가장 해사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배우 스스로도 예쁜 옷을 실컷 입어 본 것 자체만으로도 기쁨을 표현할 정도입니다.
천우희가 펼쳐나갈 앞으로의 필모그래피도 범상치 않습니다. ‘추격자’(2008)와 ‘황해’(2010)를 연출한 스릴러의 거장 나홍진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곡성’(2016)입니다. 동시에 멜로에 두각을 나타내는 이윤기 김독의 ‘마이엔젤’(2016)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스릴러와 멜로라니 극과 극 연기를 선보이게 됐죠. ‘천의 얼굴’ 수식어가 역시 아깝지 않습니다. /eujenej@osen.co.kr, besodam@osen.co.kr
[사진] '해어화' 포스터, '뷰티 인사이드', '쎄시봉', '한공주', '손님', '해어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