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한날한시 새 월화극을 내놓은지 3주, 아직도 대전은 끝나지 않았다. KBS 2TV ‘동네 변호사 조들호’와 SBS ‘대박’이 1, 2위를 다투고 있는 사이 MBC ‘몬스터’는 부동의 3위를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연일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1위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몬스터’의 극적 반전은 가능할까.
‘몬스터’를 집필한 장영철·정경순 작가의 특징은 호흡이 긴 작품을 많이 써 왔다는 점이다. 미니시리즈 위주의 편성 가운데서도 꼬박꼬박 50부작 이상의 드라마를 맡아왔던 이들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이 창대했던 경우도 있었고, 처음부터 시청률 파이를 전부 가져갔던 적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장영철·정경순 작가의 작품 중 초라하게 끝맺은 드라마는 없었다.
호흡이 길다 보니 담을 수 있는 내용도 방대하다. 이강모라는 한 인간의 삶을 시대 속에 녹여낸 ‘자이언트’처럼, 희노애락과 우여곡절이 전부 드라마 속에 들어갈 수 있다. ‘기황후’도, ‘돈의 화신’도 그랬다. 빠른 전개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인기를 끄는 최근 드라마 트렌드를 살짝 비껴간 듯하지만, 외려 이러한 점이 많은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불러들이는 힘이 됐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50부작을 훌쩍 넘기던 시절의 작품을 보는 듯한 향수도 느껴진다.
그러나 이처럼 전혀 다른 내용을 담은 드라마에 비슷한 분위기가 흐른다는 점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전 작가진이 집필한 드라마 캐스팅과 ‘몬스터’의 캐스팅이 유사하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를 질리게 만들 수도,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는 점들이다. 흥행 요소이자 불안 요소이기도 한 이 익숙함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가 ‘몬스터’ 제작진에게 남은 숙제일 듯하다.
‘몬스터’는 극 초반 아역이 등장하는 1, 2회에서 전에 없던 빠른 전개와 자극적 설정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여태 장영철·정경순이 보여줬던 드라마 도입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성인 배우들이 등장하고 도도그룹 연수가 시작되며 다소 늘어지는 감은 있지만, 초반 폭풍 같았던 전개를 생각하면 언제든 시청률 반등의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른바 ‘악역 어벤져스’라 불리는 극 중 악역들의 포스 역시 ‘몬스터’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월화극 꼴찌인 ‘몬스터’와 2위 ‘대박’의 시청률 차이는 단 1%대.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1%였는지, 10%만큼 큰 1%의 벽이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