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부상에서 돌아와 재기 드라마를 쓰고 있는 한기주(29, KIA)가 드라마의 대본에 또 하나의 글귀를 추가했다. 1462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안았다.
한기주는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3회 선발 임준혁을 구원하는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 3이닝 동안 46개의 공을 던지며 3개의 볼넷을 내주기는 했으나 피안타 없이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기주는 팀이 4-6으로 뒤진 상황에서 등판했으나 팀이 4회 1점, 6회 2점을 뽑으며 전세를 뒤집은 뒤인 6회 김광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후 팀이 1점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 승리투수가 됐다. 한기주는 2012년 4월 11일 광주 삼성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무려 1462일 만의 감격 승리다.

충분한 자격이 있는 승리였다. 임준혁이 난조를 보이며 KIA는 투수교체를 빨리 가져가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장의 위기를 막아내는 것은 물론 다음 투수들이 등판할 때까지 되도록 긴 이닝을 막아줄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KIA의 선택은 한기주였다. 그리고 한기주는 그 믿음에 완벽히 부응하며 3루 관중석의 팬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다.
3회 위기를 더 이상 실점 없이 정리한 한기주는 4회 이명기와 조동화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으나 최정을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귀루하지 못한 2루 주자 이명기까지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그 후로는 무난한 피칭이었다. 정의윤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4회를 정리한 한기주는 5회 박정권을 삼진으로, 이재원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는 등 순조로운 모습을 보인 끝에 6회 2사까지 SK의 추격을 잠재웠다.
한기주는 복귀 자체가 인간승리였다. 팔꿈치, 어깨, 손 등 다양한 부위에 수술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150㎞를 넘나드는 예전의 강속구는 사라졌다. 한때는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이를 이겨냈고 마운드에 돌아와 KIA 불펜의 중요 퍼즐로 활약하고 있다. 한기주의 재기 드라마가 '승리'라는 공식 기록과 함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