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KIA에는 유난히 파란만장 드라마 주연들이 많아졌다. 숱한 부상과 끝없는 부진에 은퇴위기까지 몰렸지만 끝내 주저 앉지 않은 오뚜기들이다. KIA는 이들의 감동 드라마 흥행 덕택에 초반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우선 투수 한기주(29). 지난 12일 문학 SK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와 3볼넷을 내주었지만 탈삼진 3개를 곁들여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6실점으로 고전하던 선발 임준혁을 구원해 5연승에 도전하는 SK의 타선을 잠재우고 역전승을 이끌었다. 무려 1462일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손바닥, 팔꿈치, 어깨 수술가지 끝없는 시련을 이겨내고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예고했고 개막 불펜진에 입성해 든든하게 허리를 지켜주고 있다. 무심한 듯 느긋하게 던지다 돌연 상대의 급소를 향하는 투구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우완 곽정철(30)도 감동 드라마의 주연이었다. 2011년을 끝으로 팔꿈치 부상과 무릎 부상으로 마운드를 떠났지만 5년간의 공백을 딛고 개막전 엔트리에 진입했다. 지난 4월 2일 마산 NC전에 한 점차로 앞선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소방수로 나왔다. 1765일만에 맛보는 1군 등판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1792일만에 세이브를 따냈다. 5일 광주 LG전에서도 소방수로 나서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처리하고 팀 승리를 지켰다. 달콤한 복귀 여행은 짧았다. 아쉽게도 손가락 혈행장애 증세를 보여 다시 재활군으로 돌아갔다.
내야수 김주형(31)의 드라마는 스펙터클하다. 타율 4할3푼3리, 4홈런, 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12일 문학 SK전에는 펑!펑! 멀티홈런까지 가동했다. 유격수로 최근 2경기 연속 2실책을 범했지만 김기태 감독은 절대 탓하지 않는다. 팀 상황상 어쩔 수 없는데다 방망이로 실수를 지우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2년이나 봉인된 타격의 눈을 뜨더니 무림의 절정고수로 돌변했다. 김기태 감독은 김주형의 타격이 필요하자 생소한 유격수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수를 놓았다. 수비부담에 주변의 시선까지 더한 상황인데도 상대를 향해 연일 치명적 수를 날리고 있다. 지난 겨울 자신의 곁에 선 아내와 뱃속의 아이가 복덩이이자 에너지원이다.
최고령 소방수 최영필(42)은 아예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 곽정철 대신 소방수로 나서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12일 문학 SK전에서는 7-6 살얼음 승부에서도 1안타만 내주고 삼진 2개로 상대를 제압하고 승리를 지켰다. 은퇴를 몇 번 했을 나이에도 소방수에, 그것도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중이다. 대학교 인스트럭터를 하다 육성선수로 입단해 필승맨, 소방수까지 승격했다. 진정한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KIA 담당기자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