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게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만큼 최고의 칭찬은 없다. 특히나 경력이 오래된 배우일수록 더 그러하다.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면서 연기라는 틀에 익숙해져 버리면 이미지를 깨기가 어렵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데뷔한 강지환은 오랜 연기 경력만큼이나 특출난 연기력과 다양한 이미지를 지녔다.
정의감 넘치는 반항아부터 엘리트 검사, 베스트셀러 소설가, 서자 역할까지 그의 인물 소화력은 넓고 깊다. 그런 그가 MBC 월화극 ‘몬스터’에서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주변의 방해로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된 이국철이자, 복수를 꿈꾸는 강기탄으로서 시청자들을 찾았다.
‘몬스터’는 권력집단의 음모에 가족과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기탄의 복수를 그린다. 특권층들의 추악한 민낯을 밝히려는 노력과 진흙탕 같은 어둠 속에서도 사랑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사랑 이야기도 버무려졌다.
국철이 시력을 잃었을 때 모두가 그를 배신했고, 거대한 재산만을 탐냈다. 그러나 차정은(이열음 분)만은 가식 없이 일관된 성격으로 그에게 다가갔고 세상에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차츰 열어나갔다.
하지만 정은과 국철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사고를 겪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게 된다. 기탄으로 이름을 바꾼 국철은 도도그룹에 입사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변일재(정보석 분)에게 복수를 꿈꾸고, 어렵게 살던 정은 역시 오수연(성유리 분)으로 개명해 대기업 도도그룹 입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된 ‘몬스터’(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주성우) 6회에서 국철은 일부러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일재의 신뢰를 얻으려했다. 기탄이 사라진 증인을 법정에 세웠고, 일재가 재판에서 이기면서 도도그룹이 빼앗긴 기술을 보상받게 됐다. 기탄은 모든 공을 일재에게 돌렸다.
이 드라마는 억울하게 부모님을 잃고 복수를 꿈꾸는, 약간은 찡한 구석도 있는 복수 로맨스다. 강지환이 새롭게 창조해낸 강기탄은 상류층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결국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나가는 인물이다.
강지환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너무나도 능청스럽게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쾌도 홍길동’에서 홍길동 역할도 그의 연기 폭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지만 ‘몬스터’에서 보여준 변신도 대단하다. 물론 이 같은 결과는 연기를 위해 사는 강지환의 노력에 비하면 당연한 일이다. 이국철이자, 강기탄으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온 강지환의 연기에 기대가 크다./ purplish@osen.co.kr
[사진] '몬스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