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영화 대본, 요새 드라마보다 못해'
멜로의 부진이다. 얼마 전 전도연, 공유 주연 영화 '남과 여'도 오랜만에 선보이는 정통멜로로 관심을 모았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제작진은 물론이고 톱스타라고 불리는 배우들 역시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임했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
멜로영화. 로맨틱코미디도 정통멜로도 잘 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그 문제가 지속돼 왔는데 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악순환으로 보고 있다. 관객이 잘 돌지 않으니 잘 만들지 않는 것이고, 그렇다 보니 수가 적고 멜로라 장르 자체가 쇠약해지고 있다. 여배우 활약이 영화계에서 드문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덧붙여 최근 관계자들은 멜로 영화가 멜로 드라마와의 경쟁에서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솔직히 멜로영화 대본이 멜로 드라마 대본을 따라가지 못한다. '태양의 후예' 같은 드라마의 대본은 멜로 영화의 대본을 뛰어넘는다. 드라마로 눈이 높아진 대중이 왜 굳이 그것보다 재미없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겠는가"라고 멜로영화의 경쟁력 약화를 지적했다.
바뀐 환경으로 이제는 TV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안방과 극장과의 벽이 적극적으로 허물어진 것이다. 또 다른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이런 환경을 언급하며 "이제 멜로드라마를 보는 것이나 멜로영화를 보는 것이나 관객에게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영화가 경쟁력에서 뒤진다. 그렇기에 멜로드라마로 성공하면 연이어 멜로 영화 대본이 들어오는데, 선뜻 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스릴러나 남자영화를 찾게 되느 것이 현실"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성공한 멜로영화들의 사례를 되짚어보며 멜로를 어떻게 '영화'답게 만들어야하는지 연구하고 감각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역대 한국 멜로영화 흥행작들을 보면 '늑대소년'(665만여명), '내 아내의 모든 것'(459만여명), '건축학개론'(411만여명), '너는 내 운명'(270만여명), '시라노 연애 조작단'(286만여명) 등이 있다. 드라마와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해당 작품들은 적어도 '영화적'이라고 할 만한 흥행할 만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문제는, 드라마 역시 소재의 스펙트럼이나 사이즈에서 영화 못지 않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 지상파에 이어 케이블까지 드라마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점점 '질 높은' 드라마들이 대중을 만나게 됐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멜로영화를 안 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오는 대본들이 마땅치 않다. 이제는 드라마가 영화 못지 않은 게 아니라 드라마가 월등히 낫다. 영화만을 고집하던 배우들이 점차 드라마에 눈을 돌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nyc@osen.co.kr
[사진]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