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JTBC가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 방송을 통해 각기 다른 방송 스타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상파 3사 KBS, MBC, SBS와 JTBC는 13일 오후 6시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 종료 즉시 '제20대 총선 선택! 대한민국', '선택 2016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 '2016 국민의 선택', '4·13 총선 개표방송 2016 우리의 선택' 등의 개표 방송을 시작했다. 각 방송사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저마다의 장점을 부각시킨 전략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청률 싸움을 이어갔다.
◆ 역시 공영 방송, 선거 방송의 정석 KBS
KBS 1TV에서 방송된 '제20대 총선 선택! 대한민국'은 스튜디오를 적극 활용하는 구조로 전문성을 더했다. 60년 노하우를 자랑하며 '믿고 보는 선거방송'을 약속한 바 있는 KBS는 재미와 볼거리 보다는 신속 정확하게 개표 결과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개표방송 최초로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생방송을 진행했으며, 특수 입체영상 등의 최신 기술도 총동원했다.
하지만 단조로운 그래픽을 중심으로한 선거방송 특유의 딱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연결 상태가 매끄럽지 않아 잡음이 들리는 상황도 발생해 아쉬움을 남겼다. 공영 방송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재미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 노하우 빛난 MBC
MBC 개표방송 ‘선택 2016’는 대체로 깔끔한 진행을 선보였다. 각 콘셉트에 걸맞은 첨단기술이 눈에 띄었다. 최초 도입한 로봇스크린부터 국회 CG까지 기술을 통해 직관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로봇스크린은 MBC 선거방송을 대표하는 콘셉트. 움직이는 로봇 스크린이 아나운서들과 함께 선거방송을 진행하는 신기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로봇 스크린이 지나가면 후보자의 현재 득표율이 나타나고, 후보들의 과거 발언이 담긴 영상까지 비쳤다. 마치 후보를 샅샅이 분석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선거방송에는 신뢰감을 더했다.
국회를 구현해낸 CG도 선보였다. ‘누가 국회에 입성해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느냐’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콘셉트. CG를 통해 마치 국회 안에서 생중계하는 듯한 느낌을 줘 더욱 생동감이 넘쳤다.
지루하지 않게 중간에 삽입한 독특한 콘셉트로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달려라 국회로’라는 설명과 함께 경마하는 듯한 후보들과 발랄한 배경음악이 긴장을 잠시 풀게 했다. 경합으로 예측되는 후보들은 권투 콘셉트를 가져왔다. 사각 링 위에서 한 판 붙은 것 같은 모습으로 팽팽한 경합을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당선 확률 예측 시스템 ‘스페셜 M’으로 전문성도 높였다. 실시간 출구 조사 결과와 개표 데이터, MBC 노하우가 담겨 득표율과 함께 당선 확률이 얼마인지 알아봤다. 득표율은 A후보가 높을지라도 당선확률은 B후보가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스페셜 M’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 그래픽으로 시선 압도한 SBS
이번 개표 방송에서 가장 돋보인 방송사는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SBS라고 할 수 있겠다. 재미, 감동, 정보라는 핵심 콘셉트를 내세운 '2016 국민의 선택'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선거와 정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기 위해 역동적인 그래픽을 대폭 강화, 신선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이미 대량의 물량 공세를 공언했던 SBS는 각 지역 주요 출마자들에게 영화 제목을 연상케 하는 타이틀과 그래픽을 삽입해 재미를 더했다. '스파이더맨', '반지의 제왕', '러브레터' 등 영화 패러디는 기본이고 유명 영화 OST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또 각 후보들의 특징을 살린 타이틀 역시 흥미를 높였다.
선거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정치세력 간 '수 싸움'을 역사와 판타지 소설 형식의 스토리로 소개하기도. SBS에서 방송된 사극 '육룡이 나르샤'를 패러디한 '잠룡이 나르샤'는 대역까지 내세워 마치 사극 한 편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완성, 무거운 분위기를 완벽하게 걷어내고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방송임을 공고히 했다.
이와 함께 SBS 선거방송 그래픽의 간판 격인 '달리기'가 특수 촬영 등의 첨단 제작 과정을 거쳐 후보자들이 어깨를 맞대고 경합하며 달리는 '2016 총선 마라톤'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보는 재미가 있다 보니 집중도도 높아졌으며, 다음에는 어떤 그래픽이 등장할까 하는 기대감도 생겨났다. 모바일까지 내세워 보다 많은 세대들이 동참할 수 있는 선거 방송을 만들겠다던 SBS의 자신감은 어느 정도 실현된 셈이다.
◆ '하드캐리' 손석희, 화려함보다 내실 JTBC
손석희 앵커가 본격적인 선거방송에 앞서 "이벤트보다 선거 이슈를 알리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화려한 선거방송은 의미가 없다"고 밝힌 바와 같이 JTBC의 선거방송은 화려함보다는 내실에 중점을 뒀다.
보통 선거방송이 화려한 CG로 이뤄지는 가운데 JTBC는 손석희 앵커를 선두로 JTBC '썰전'의 유시민과 전원책과 함께 출구 조사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했다. CG를 활용하기보다는 '뉴스룸' 스튜디오에서 그대로 진행하며 대형 화면에 출구조사 결과와 투표 상황을 띄웠다.
특히 이날 손석희와 유시민, 전원책의 조합은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이 크게 기대했던 만남이었다. 유시민, 전원책은 '썰전'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패널. 정치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손석희와의 만남이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기대했던 대로 손석희, 유시민, 전원책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날카롭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자의 분석을 내놨다. 이뿐 아니라 JTBC는 새누리당 선대위 공약본부장,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국민의당 최고위원 등 각 당의 주요 인물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실시간으로 반응을 들었다. '뉴스룸'도 마찬가지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개표방송이 진행됐다. 손석희가 개표방송의 큰 줄기를 끌어가면서 선거상황실에서 따로 개표율과 득표율을 전했다.
또한 이번 JTBC 선거방송에서 특별한 점은 JTBC가 페이스북과 손잡고 진행했다는 것. JTBC는 적극적으로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했다. 페이스북의 한글 빅데이터를 공개한 것을 비롯해 JTBC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방송 뒷모습을 담아 라이브 중계를 하는 등 방송 외에도 다양한 재미를 담았다. 페이스북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등 성향을 교차분석을 분석 재미있는 데이터를 전했다. /osenstar@osen.co.kr
[사진] 각 개표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