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선거방송을 위해 제대로 작정했다. 그래픽을 업그레이드 시키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을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젊은 세대를 제대로 공략한 '취향 저격' 방송을 완성해낸 것. SBS 덕분에 선거방송도 재미있을 수 있음을 제대로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SBS는 지난 13일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2016 국민의 선택'을 방송했다. 이번 선거 방송의 키워드는 재미, 감동, 정보로, SBS 측은 파격적인 선거방송으로 외신의 극찬을 얻었던 2012 4.11 총선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이에 당시 연출을 맡았던 주시평 PD가 선거방송기획단으로 영입됐고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펼쳤다.
주 PD가 내세운 모토는 "정치를 알고 보면 선거 방송도 다르다"는 것. 정치라는 것은 맥락, 히스토리를 알아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 정치의 히스토리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에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선거와 정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기 위해 역동적인 그래픽을 대폭 강화했고, 이는 곧 신선하고 다양한 그림을 그려냈다.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패러디한 '잠룡이 나르샤'에는 대역 배우까지 등장해 진짜 사극을 보는 듯한 묘미를 줬고, 2016년 김무성, 김종인, 안철수의 지략 대결을 요약한 '총선 삼국지'는 19대 총선 판세를 기초로 지난 4년간 각 당이 쌓아온 이야기를 엮어 3D 지도와 전쟁 사극풍 실사 촬영을 통해 영상으로 구현해냈다.
각 지역 주요 출마자들에게 영화 제목을 연상케 하는 타이틀과 CG를 삽입하기도 했는데, '스파이더맨', '반지의 제왕', '러브레터' 등 유명 영화 패러디는 기본이고 영화 OST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친숙미를 더했다. 또 각 후보들의 특징을 살린 재치넘치는 타이틀 역시 볼거리를 제공했다.
후보자들이 어깨를 맞대고 경합하며 달리는 '총선 마라톤' 역시 이색적이었다. 특수 촬영 등 첨단 제작 과정을 거쳐 한층 업그레이드된 영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것. 이 외에도 세대나 시대별로 정리된 후보의 결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한편, 웃음을 유발하는 해설 역시 SBS의 큰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패러디가 넘쳐나다 보니 너무 장난스럽고 가벼워보인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하지만 선거방송은 무겁고 진부하다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부셨다는 점에서 이번 SBS의 시도는 큰 의미를 가진다. 시청자들의 호평 역시 줄을 이었다. 방송 말미에는 "SBS가 선거방송 때만 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는 모습까지 등장, 끝까지 큰 웃음을 선사했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