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수근과 '동네스타'의 만남,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할 동네스타를 만나기 위해 발품을 파는 이수근과 재치 넘치는 입담, 끼를 방출하는 동네스타들의 조합이 기가 막힐 정도로 맛깔스럽다. MSG 하나 없이 담백하고, 소박한 웃음이 한가득이다.
이수근은 지난 13일 방송된 KBS 2TV '동네스타 전국방송 내보내기'(이하 '동네스타')에서 리지와 함께 '전국노래자랑' 영등포구 편 예심에 나갈 동네스타를 찾기 위해 영등포구 일대를 돌아다녔다. 이수근의 진가는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 있는 전통 시장에서 더욱 빛이 났다.
예선장에서도 "어머니, 아버지, 안녕하세요"라고 넉살 좋게 인사하며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던 이수근은 시장 골목을 구석구석 다니며 가게 주인들과 살갑게 대화를 나눴다. 짓굳은 농담 속 오가는 따뜻한 마음과 배려가 물씬 풍겨져 나오던 장면이었다.
또 이수근과 리지는 동네 일반인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옆에서 맛깔스럽게 추임새를 넣고 열렬한 리액션을 보여줘 더욱 열렬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편안하고 매끄러운 진행 실력 역시 일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모습은 이수근의 MC로서의 탁월한 역량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이수근은 순대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이 대학로의 한 극단에 같이 있었다는 인연을 꺼내놓자 이내 선배로서 가슴 따뜻한 조언과 응원의 선물을 건넸다. 이 청년은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충남 예산에서 서울로 온지 6년이 됐지만 개그맨 시험에서 무려 9번이나 낙방을 했다고.
이에 이수근은 "괜찮다. 아직 젊다"며 그를 다독이고는 2차 예심으로 갈 수 있는 진출권을 선물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에게 영상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기회도 선사했다.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일이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 좌절을 맛보고 있는 청춘에게 이수근의 진심 어린 배려와 위로는 더욱 용기낼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됐을 테다.
이수근과 리지는 그 이후에도 다양한 직업과 재능을 가진 동네스타를 많이 만났는데, 길거리 운동을 하고 있는 한 청년을 만나서는 노래를 더 잘 부를 수 있는 팁을 전하기도 했다. 비록 예심에서 탈락됐지만, 공원에 나란히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던 장면은 의외의 재미를 유발했다.
분명 첫 방송 당시만 해도 다소 주눅들고 약간의 어색함도 느껴졌던 이수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동네스타' MC를 맡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 자극적인 요소 하나 없이 건강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동네스타'와 이수근, 이 완벽한 조합에 더 큰 기대가 쏠린다. /parkjy@osen.co.kr
[사진] '동네스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