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한 사랑과 따뜻한 가족애를 다루는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시청률 20%대를 넘어서며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게 된다는 호평을 받는 중이다. 정유경 작가의 공감가는 이야기 구조, ‘개와 늑대의 시간’ ‘달콤한 인생’, ‘오만과 편견’ 김진민 PD의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연출, 그리고 주연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연일 화제다.
MBC 주말드라마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극성이 강한 전개로 시청률을 끌어당기곤 했다. ‘결혼계약’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 없이도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사로잡았다. 김진민 PD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가 사랑받는 비결에 대해 작가와 배우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드라마가 사랑받는 데는 좋은 대본과 배우들의 힘이 컸죠. 연출자인 전 좋은 대본을 가지고 잘 찍었을 뿐입니다.”
‘결혼계약’은 재벌 2세이자 이기적인 성향이었던 남자 한지훈 역의 이서진, 뇌종양을 앓고 있어 딸을 위해 장기 공여까지 결심한 여자 강혜수(유이 분)의 절절한 사랑을 담는다. 지난 10일 12회가 방송된 이 드라마는 지훈이 혜수의 병을 알게 된 후 혜수를 살리겠다고 순애보를 보이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16회로 기획된 이 드라마는 종영까지 4회가 남은 상태다. 드라마가 잘되긴 했지만 우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서진과 유이의 17살 나이차는 사랑 이야기를 다루기에 많다고 여겨졌다. 더욱이 유이의 연기력이 정통 멜로 드라마를 끌고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있었다.
“배우의 연기는 연출자가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출자는 혹시 이 배우가 작품과 잘 맞지 않을까, 다른 매력이 있지 않을까 고민해서 캐스팅을 하죠. 이번 작품은 감사하게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이서진 씨에게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해줘서 한없이 고마웠어요. 이서진 씨와 여자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젊은 배우가 하는 게 배역과 어울릴 것 같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애 엄마인데 젊으면 더 캐릭터와 맞아떨어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유이 씨가 혜수를 연기하면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이 맞았죠.”
김진민 PD는 배우와 연출자 모두 함께 노력해야 작품 속 캐릭터가 빛난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늘 배우들과 대화를 하며 작품을 해석하고, 호흡을 맞추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배우를 작품 안에 무조건적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작진도 다가가야 하고, 배우도 다가와야 하죠. 그런 점에서 이번 드라마는 배우들과 작가님, 그리고 스태프가 많이 노력을 한 작품이에요. 작가님이 이서진 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반영을 했고, 이서진 씨 역시 열성적으로 작품에 임했죠. 유이 씨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고요.”
지난 달 26일 방송된 7회는 혜수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울분이 터져 버스 차고지에서 눈물을 쏟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유이는 그야말로 한맺힌 눈물 연기를 했다.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정돈된 눈물이 아니라 꺼이꺼이 우는 현실적인 눈물이었고, 김진민 PD는 이 장면을 상당히 길게 늘어뜨리며 안방극장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유이 씨에게 이 장면에 대해 딱 한 마디만 했어요. 혜수가 드라마에서 한없이 울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면 이 장면일 것이라고요. 갑자기 자신의 인생을 바꾼 밀어닥친 병 때문에 목놓아 울 수 있는 곳이 버스 차고지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연기가 되지 않는다면 안 해도 된다고 했죠. 그런데 본인이 잘 한 거예요. 이 장면은 한 번밖에 안 찍었어요. 우는 연기라 너무 많이 찍으면 가짜로 보일 수 있어요.”
이서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일 방송된 12회에서 지훈은 혜수의 병을 알게 된 후 오열했다. 혜수가 7회에서 그러했듯이 혼자 있는 사무실 정수기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혼외자식이라는 아픈 가정사로 인해 다소 삐뚤었던 성격의 지훈은 혜수를 만나면서 숨겨왔던 따뜻한 인간애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혜수와의 이별 후 참 많이 아파했다. 그랬던 지훈이 혜수의 병을 알게 된 후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장면은 안방극장을 미어지게 했다. 이 장면 역시 7회 차고지 장면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길게 다뤄졌다. 김진민 PD가 다른 드라마와 달리 가겠다고 의도한 부분이었다.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길게 하진 않죠. 우리 드라마만의 특색으로 하려고 했어요. 배우들의 진지한 노력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길게 편집을 한 거죠. 배우들의 열연이 잘 전달되길 욕심이 났어요. 그래서 다른 장면을 생략하더라도 무리를 해서라도 이 장면을 길게 배치하고 싶었어요. 지훈과 혜수가 크게 한 번 씩 우는 이야기가 필요했죠. 앞으로 지훈은 많이 울면 안 되죠. 혜수를 지켜줘야 하는 남자니까요. 그래서 정수기 앞에서 혼자 그렇게 운 거예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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