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은 따뜻한 분위기의 드라마다. 이야기는 여주인공 강혜수(유이 분)가 뇌종양을 앓고 있어 비극으로 치닫고 있지만, 혜수의 곁을 지키는 남자 한지훈(이서진 분)의 순애보와 따뜻한 가족애가 뭉클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 벌써 종영까지 단 4회만 남은 드라마의 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미 시청자들은 행복한 결말을 바라고 있다.
‘결혼계약’은 전체적으로 색감이 참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진민 PD는 이 같은 이야기를 더욱 빛내는 색감은 ‘앵그리맘’, ‘그녀는 예뻤다’ 이진석 촬영 감독의 공이라고 설명했다.
“색감은 이 감독이 모두 잡아낸 거죠. 우리 작품은 스태프가 하고 싶은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드라마는 쉽게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스태프 모두 고생을 많이 하고 있죠. 또 이 같은 색감이 들어간 작품은 편집자의 공도 커요. 편집자들도 고생을 많이 하죠.”
‘결혼계약’이 사랑을 받으면서 혜수가 살아서 지훈과의 사랑을 지키고, 딸의 행복을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가 되길 바라는 안방극장의 목소리가 크다. 참 고단한 인생을 살고 있는 혜수는 눈물 지을 일이 많았는데 마지막 순간에는 웃길 바라는 이들이 많은 것.
“혜수 역시 딸 은성이가 있으니까 이제 울지 않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혜수는 딸 앞에서 아프다고 슬퍼해달라고 할 수 없는 엄마니까요. 정유경 작가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것 같아요. 진짜 살아가면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는 거죠. 살아가는데 돈도 중요하지만 사랑과 사람도 중요하잖아요. 작가님 대본이 정말 좋은 게 사랑이 살아가는 모습이 잘 담겨 있어요. 인생이 담긴 대본이죠. 요즘 드라마가 이런 사람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짚지 못하는 면이 있어요. 드라마도 화려한 쇼가 되고 있죠. 그런데 작가님은 과하지 않게, 사람과 삶을 다루고 있어요.”
‘결혼계약’은 어떻게 보면 최루성 신파라고 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참 결론이 보이는 뻔한 이야기였는데 뭉클했고 흥미로웠다.
“드라마는 원래 뻔한 이야기예요. 제작진이 어떻게 재해석을 하는지, 얼마나 새롭게 보여주는지와 배우가 얼마나 공감 가게 연기를 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보이죠. 드라마에서 뻔하지 않은 이야기는 없어요. 드라마가 결국 다루는 이야기는 사람이 살면서 사랑하는 이야기잖아요.”
결말은 정해져있을까. 이 드라마는 오는 16일 13회가 방송된다. 16회로 기획된 가운데 단 4회만 남았다.
“작가님이 고민 중이에요. 아직 대본이 나오지 않았어요. 새드엔딩이 될지, 해피엔딩이 될지 모르죠. 작가님이 알아서 잘 써주실 거예요.”
‘결혼계약’은 MBC가 자극적인 드라마를 배치하는 주말 오후 10시대 편성되며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이서진과 유이라는 평일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는 배우가 간판 얼굴로 나서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정유경 작가가 극성이 센 전개를 즐겨 하는 작가가 아닌 까닭에 간만에 막장 드라마가 아닌 MBC 주말 드라마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동시에 이 같은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굳이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주말 오후 10시대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결혼계약’이 보여줬다.
“사실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는 굉장히 극적인 드라마라는 말이 될 수 있어요. 극적인데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일 때 비난하는 말로 막장 드라마라고 이름을 붙이죠. 우리 드라마 역시 자극적인 요소가 있어요. 남자는 돈이 많고 여자는 뇌종양이잖아요. 극적인 요소를 집어넣더라도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한다면 막장 드라마가 아닌 거죠. 드라마가 뻔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매번 다루는 것은 새로운 표현과 새로운 시대정서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시청자들을 이해시키지 못하거나 시대정서를 역행하면 비난을 받는 거죠.”
정유경 작가는 공감을 사기 어려웠던 막장 드라마 일색이었던 주말 오후 10시대에 편성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고. 행여나 드라마가 이 시간대 드라마를 즐겨 보는 시청자들에게 통하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을 터. 허나 정 작가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공감 요소가 있었다.
“지훈과 혜수 모두 캐릭터에 진심이 있어요. 지훈은 엄마에 대한 사랑, 혜수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있었죠. 누구나 이해하는 보편적인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자극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설정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요즘 세상이 살기 팍팍하잖아요. 시청자들이 감사하게도 따뜻하게 봐주신 거죠.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많았는데 요즘은 잘 하지 않으니까요. 또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여기는 배우들이 연기를 하니까 공감하기 쉬웠던 것도 있었어요. 배우와 작가님의 공이 크죠.”(인터뷰③에서 계속)/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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