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N의 전성기다. 위기가 많았다니 전성기도 자주 오나보다. 방송인 이경규를 향한 열기가 여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1월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예능총회’에서 지난해 연예계를 돌이켜보고, 올 한 해를 예상한 그는 여러 명의 게스트를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멤버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버릴 문장이 없었을 정도로 주옥같은 대사를 쏟아내며 노장의 힘을 과시했다. 역시 예능 대부다운 ‘말빨’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이경규는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첫 번째 출연에선 강아지들을 출연시킨 ‘눕방’(눕는 방송)으로 단숨에 1위를 차지하더니, 두 번째 아이템으론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낚방’(낚시방송)으로 또 다시 우승자가 됐다. 세 번째 출연인 지난 10일 생방송에선 ‘말방’(승마 방송)으로 3연속 전반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연한 승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경규의 ‘마리텔’은 늘 시청자들을 열광시킨다. 신선하고 독창적인 방송을 보길 원하는 사람들의 구미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이날 푸드스타일리스트 제이 킴과 노래와 진행력을 모두 갖춘 가수 윤도현이 첫 출연하며 기대를 높인 가운데 이경규의 채팅방으로 ‘구름 네티즌’이 몰려들었다. 소문난 잔치에 볼거리가 많듯 사람들은 연신 칭찬 일색의 댓글로 그를 환영했다.
예능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경규의 원동력은 방송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과 투혼, 오랜 내공을 통해 쌓은 통찰력 덕분이다. 그가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던가. 대본 없이 날 것 그대로를 지향하는 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추세를 봤을 때 결코 틀리지 않은 분석이다.
현 예능 판에는 파릇파릇한 예능 신생아부터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중견급 예능인 등 좋은 선수들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포자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 발짝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이경규가 노장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산처럼 든든한 그를 중심으로 예능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고 있다.
60세를 바라보며 ‘나도 언젠간 떨어지겠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 마인드를 가진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후배에게 영감과 긍정의 희망을 주는 선배로서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베테랑의 힘은 경험에서 나온다. 나이가 먹으면 순발력이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도리어 이경규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느낌이다. 지난 1981년부터 35년째 현역에서 쌓은 경험이 롱런의 비결이다. 중간 중간 고비도 있었겠으나 여전히 살아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역시 노장은 죽지 않는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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