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워 죽겠다. 연기라는 것이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얄밉다'는 말이 튀어나오는, 그야말로 악역의 정석이다.
배우 김강우는 지난 14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극본 문희정 연출 한희, 김성욱)에서 보는 사람들마저 분노케 할만큼의 악역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더했다.
김강우는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악역 민선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상황. 민선재는 주인공 차지원(이진욱 분)이 겨눈 복수의 칼날 끝에 서 있는 인물이다.
사실 민선재와 차지원은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차지원이 민선재에게 복수를 결심한 이유는 민선재의 악행 때문이었다. 앞서 민선재는 차지원을 죽이려 했고 차지원의 동생인 차지수(임세미 분)마저 해치려 했다. 게다가 차지원의 연인이었던 마리(유인영 분)도 빼앗았으며 차지원의 회사 역시 빼앗아 모든 걸 가지게 됐다.
이렇게 악행을 저질렀던 민선재였지만 악행의 끝은 없었다. 이날 방송에서 민선재는 자신을 찾아온 차지원에게 살인 미수라는 누명을 씌워 교도소에 수감시켰다. 칼을 든 차지원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을 찌르게 만든 것. 민선재의 덫에 걸린 차지원은 꼼짝없이 교도소에 수감됐고 복수는 잠시 정지됐다.
이제 끝나는 듯 했지만 민선재의 악행은 계속됐다. 이번엔 마리가 문제였다. 마리는 우연히 CCTV를 통해 민선재가 의도적으로 차지원을 교도소에 수감시켰다는 사실을 알고는 남편인 민선재에게 지원을 교도소에서 꺼내달라 부탁했다.
하지만 이를 들어줄 민선재가 아니었다. 그는 "지원이와 지수를 보지 않고 살자며. 지수는 멀리 보낼게. 지원이는 못나와. 그럼 평생 못 보는 거잖아"라고 마리의 부탁을 거절, "네 남편을 찌른 살인자야"라며 마리의 부탁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들은 마리는 분노, 자신이 민선재의 계략을 알고 있단 사실을 밝히며 자신이 직접 차지원의 누명을 풀어줄 것을 선언해 민선재를 더욱 분노케 했다. 이에 민선재는 스완(문채원 분)을 이용해 지원을 협박했고 결국 지원은 자신이 살인자라며 거짓자백을 하고 말았다.
끝이 없는 악행, 얄미워도 이렇게 얄미울 수 없는 민선재 캐릭터는 김강우라는 배우를 만나 매회 빛을 발하고 있다. 사실 드라마에서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악역. 극을 빛나게 하기 위해선, 재미를 더하기 위해선 실감나는 악역이 필요하다.
드라마 '리멤버', 영화 '베테랑' 등에서 악역을 연기한 남궁민과 유아인이 찬사를 받은 것도 실감나는 악역 연기로 극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악역은 중요하다.
이처럼 중요한 악역을 김강우는 살아있는 연기로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주먹이 절로 쥐어질만큼 화가 나지만, 보는 이들이 화가 날수록 김강우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증거이니 흡족한 미소를 가끔 지어줘도 괜찮지 않을까. / trio88@osen.co.kr
[사진] '굿바이 미스터 블랙'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