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악녀'라 불리는 장옥정, 즉 장희빈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숙종이다. 조선 제 19대 왕인 숙종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그 누구보다 절대적인 왕권을 과시했다. 부왕인 현종이 재위하는 내내 신하들에게 왕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휘둘리던 것과는 현격히 달랐다.
격화된 서남당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줄 아는 영민한 왕이었던 숙종은 인현왕후, 장옥정, 숙빈 최씨 등의 여인들과의 러브 스토리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사극 단골 출연 인물이 되곤 했다. 지금껏 숙종이 등장했던 작품은 1981년, 1995년, 2002년 제작된 '장희빈'을 비롯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것은', '동이', '인현왕후의 남자', '장옥정, 사랑에 살다'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최민수가 SBS 월화드라마 '대박'에서 숙종을 연기하고 있다. 그간의 작품이 숙종을 장옥정과 인현왕후 사이에서 사랑을 갈구하던 인물로 그렸다면, 이번 '대박'의 최민수는 눈빛부터 목소리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넘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대방출하고 있다. 이에 최민수가 등장하면 소름이 돋는다는 반응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에 색깔은 전혀 다르지만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숙종을 모아왔다.
◆ '동이' 지진희
'동이'에서 지진희가 맡았던 숙종은 궁녀에게 손을 흔드는 다정한 모습과 깨방정으로 기존의 왕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정치를 할 때는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동이(한효주 분) 등을 대할 때는 편안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얻었다. 다정다감하고 섬세하여 수많은 궁녀들의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멋쟁이 군주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깨방정 캐릭터에 걱정을 했던 지진희 역시 왕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을 깼다는 것에 대한 뿌듯한 마음을 드러내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 '장옥정, 사랑에 살다' 유아인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숙종(유아인 분)과 장옥정(김태희 분)의 사랑이 중심이 됐던 사극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적으면서도 애절하게 표현됐다. 유아인이 연기한 숙종, 즉 이순은 카리스마 있는 군주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뜨거운 마음의 소유자. 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절대 권력을 위해 사랑을 버려야 했는데, 유아인은 그 과정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을 설득력 있고도 매력적으로 그려내 '이순앓이'를 하게 만들었다.
◆ '대박' 최민수
깨방정, 사랑꾼으로 평가받았던 숙종이 최민수를 통해 다시 재해석됐다. '대박' 속 숙종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 그가 내기와 속임수를 통해 쟁취한 이가 바로 숙빈 최씨(윤진서 분)였다. 이 승부사 기질은 최민수의 카리스마를 만나 폭발적인 긴장감을 형성했는데, 등장하는 장면마다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모두의 감탄을 연발하게 만들었다. 날카로운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 미세한 표정 변화 등 모든 것이 완벽한 최민수 덕분에 '대박'을 보는 재미가 더욱 상승하고 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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